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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효섭, ‘근자감’에서 ‘낭만’을 믿기까지

SBS 낭만닥터 김사부2 종영 인터뷰

스물다섯 청춘 배우 안효섭의 사전엔 ‘낭만’과 ‘행복’이 존재하지 않았다. ‘낭만닥터 김사부’ 속 초반의 서우진처럼 늘 자신을 믿고 현재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를 만나고선 달라졌다. 서우진이 돌담병원의 사람들을 만나고 변화했던 것처럼, ‘낭만’이란 건 모두에게 주어진 특권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던 것. 그걸 찾느냐, 찾지 못하느냐는 개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안효섭은 이 특권을 무시하며 살아왔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효섭은 “지금은 조금 더 낭만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며 드라마 종영 소감을 전했다. 드라마가 전달한 긍정적이고 희망찬 에너지는 출연 배우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배우의 실제 성격도 많이 밝아졌고, 확실히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지난 2월 25일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2’는 최종회가 시청률 27.1% 를 돌파하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시즌1과 동일하게 김사부(한석규 분)와 돌담병원 식구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서우진(안효섭)은 외과 펠로우 2년차로 ‘생계형 써전’에서 사람을 살리는 김사부(한석규)를 만나면서 진짜 의사로 성장하게 된다.

성장을 위해선 인간 서우진을 먼저 이해해야 했다. 안효섭은 서우진이 살아온 삶의 과정 하나하나를 머릿 속으로 구체화 한 뒤, 의사 서우진에게 다가갔다. 펠로우 2년 차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12년 동안 의학을 배워야 하지만, 배우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개월. 실제 병원에 가서 답사를 하는 것은 물론 CPR(심폐소생술), 인투베이션(기관내삽관) 등 전문 용어를 공부하고, 손놀림을 연습했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집에서도 생고기를 자르고, 꿰매기를 수차례. 안효섭은 “기본적인 타이(tie, 묶는 것)를 능숙하게 해서 집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다행히 실이나 실을 잡는 기구인 니들 홀더를 주셔서 집에서 생고기를 잘라서 꿰매는 연습을 한 다음, 아까우니 그 고기는 요리를 해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안효섭에게 한석규는 ‘김사부 그 자체’이자, 최고의 선배 다정한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한석규의 이름을 듣자 웃음부터 보인 안효섭은 ‘한석규 배우가 아들 뻘 되는 후배 배우를 많이 예뻐했겠네요’란 기자의 말에 “제가 더 좋았습니다”라는 마음의 소리를 내뱉고선 깜짝 놀라기도 했다.


현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한석규 배우에게 궁금증이 많았다는 안효섭은 “무엇보다 선배님의 평범한 삶이 궁금했다“ 며 ”마치 선배님이 나오는 예능 ‘나혼자 산다’를 보고 싶은 마음이랑 비슷했지만 수 많은 질문들을 다 물어보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았어요. 선배님의 배우생활도 궁금했지만 그분의 삶이 궁금했어요. 30년 넘게 작품을 해오셨는데, 그동안 얻었던 게 뭐였는지, 혹은 당혹스러웠던 점은 무엇인지, 또 개선되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궁금했어요. 전 연기를 시작한 지 5년밖에 안 된 나부랭이라 그런 것들도 더 궁금했나봐요. 또 이 작품 하나를 끝내기까지 엄청난 과정들이 필요한데, 어떤 과정들을 겪으셨을까요? 작품을 하면서는 정말 대본만 보고 지내시는지 선배님의 일상이 궁금했어요. 과연 쉴 때는 뭘 하고 지내실까요. 이 많은 것들이 궁금했죠.”





안효섭이 “‘낭만닥터’는 또 하나의 배움”이라고 작품을 정의했듯 한석규와 함께한 5개월은 그에게 수백 가지의 배움과 깨달음을 안겼다. “딱 좋은 시기에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그동안은 흔하게 ‘너 자신을 믿어라’ 그 말 하나로 견뎌왔어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라고 하지 않나. 지금은 그 막연한 자신감이 근거있는 자신감이 되도록 근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안효섭의 미래는 밝다. 자신을 믿는 근거있는 자신감에 더해 ‘낭만’까지 더해졌으니 말이다. 지난 2015년 드라마 ‘퐁당퐁당LOVE’으로 시작해 ‘아버지가 이상해’,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어비스’를 통해 서브 주연이 아닌 메인 주연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믿음도 안겼다. 배우의 인생 작품 혹은 터닝포인트로 생각해도 될 법하지만, 그는 “꼭 필요한 시기에 거쳐가는 과정 같은 작품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안효섭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면서 다양한 면을 연기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동안 진지한 역할을 많이 안 해봐서, 시청자분들에게 성장한 걸 보여줘야겠다는 포부도 있었어요. 우진이라는 인물을 연기했기에 (또 다른 주연작의)다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아닌, 배우로서 또 인간 안효섭이 배워야 할 점이 많았던 작품이죠. 1화부터 16화까지 촬영을 하면서, 저 또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성장을 하다보면 시야가 넓어지니까 부족함도 많이 느꼈죠. 무사히 끝냈다고 토닥 토닥하는 것도 잠시 ‘아직 갈 길은 멀었다’고 생각해요. ‘낭만닥터’는 끝났지만 저의 낭만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시청자분들도 자신만의 낭만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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