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전자·정보기술전시회(CES)에 조금은 이질적인 업종의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바로 세계 최대 크루즈선 운영사인 카니발그룹의 아널드 도널드 CEO였다. 그는 ‘오션메달리언’이라는 이름의 서비스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탑승을 예약하면 손목에 차거나 목에 거는 소형기기를 집에 배달해주고 이후 여행을 마칠 때까지 모든 것을 기기 하나로 해결해주는 정보기술(IT) 기반의 혁신 결정체였다. 카니발은 이 기술로 지난해 내로라하는 IT 기업을 제치고 CES 혁신상을 받았다.
카니발은 다른 크루즈 회사들보다 비교적 늦은 1972년 마이애미에서 설립됐다. 경쟁 유람선들과 차별화한 축제 분위기와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성장을 이어갔다. 많은 후발기업이 그렇듯 카니발도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약적으로 커갔다. 대표적인 인수합병 대상이 프린세스크루즈였다. 영국과 미국의 합작사로 1965년 첫 출항 뒤 세계 3대 크루즈 회사로 자리매김해온 프린세스를 2003년 52억달러에 삼킨 것이다. 카니발이 인수한 또 한 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큐나드였다. 1840년에 만들어진 큐나드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침몰한 배에서 뛰어내린 승객들을 구조한 카르파디아호를 소유한 회사였다. 카니발은 1998년 큐나드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타이타닉’의 흥행이 인수를 결심한 동기 중 하나였다. 카니발은 거듭된 M&A로 10개 자회사에 103척의 크루즈 선박을 지닌 세계 최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연간 탑승객 3,000만명의 전 세계 크루즈 여행객 가운데 2018년 말 기준 41.8%의 점유율로 2위인 로열캐리비언그룹(23%)을 멀찌감치 제치고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카니발이 시련을 겪고 있다. 자회사인 프린세스크루즈 소유의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가 일본에서 대규모 코로나19 확진자로 몸살을 앓은데 이어 이번에는 그랜드프린세스호 승객들이 미국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격리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돼 카니발이 개발한 혁신적 서비스를 여행객들이 마음 놓고 누리길 기대해본다.
/김영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