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며 월마트·모건스탠리 등 주요 기업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코로나19로 격리된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에 대비해 현금 확보, 자본지출 연기 등의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10일(현지시간) 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확진자를 비롯해 근무지 폐쇄나 격리조치로 일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최대 2주간 급여를 평소대로 지급하고 결근 처리하지 않는 등의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확진자가 2주 뒤에도 복귀할 수 없을 경우 정규직은 물론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급여를 대체할 추가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월마트는 이날 켄터키주의 한 점포 직원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맥도날드도 본사 소유 미국 직영매장 직원이 코로나19로 격리될 경우 2주간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이날 내부 메모를 통해 북미지역 전체 직원들에게 다음달 10일까지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앞서 구글은 본사가 있는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베이, 뉴욕, 뉴저지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확산하는 미국 일부 지역에 한해 재택근무를 권했으나 이번에 대상 범위를 크게 확대한 것이다.
애플은 이날 아일랜드의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 조치됐다. 전 세계 애플 사무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의 모든 직원에게 가급적 재택근무를 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지난 9일 직원 가운데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나온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 연방정부 중 처음으로 원격근무로 전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SEC는 해당 직원과 같은 층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모건스탠리·바클레이스·블랙록·웰스파고 등 주요 금융사는 뉴욕 및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각각 1명씩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항공사들은 항공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비용절감을 위해 항공편 축소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델타항공은 국제선 25%, 국내선 10~15%를 축소하고 신규 고용을 동결하는 한편 기존 직원들에게 자발적 무급휴가를 권고했다. 또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5억달러 규모의 자본지출 계획도 연기하기로 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오스카 므노즈 최고경영자(CEO)와 스콧 커비 사장이 오는 6월 말까지 기본급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항공은 은행권으로부터 20억달러를 확보했고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SEC에 일반사업 목적의 채권발행계획서를 제출했다. 크루즈선을 운영하는 로열캐리비안은 금융권 대출한도를 5억5,000만달러 확대했다.
존스홉킨스대의 집계에 따르면 11일 오전3시(미 동부시각) 기준 미국 내 누적 확진자는 1,037명, 사망자는 28명에 이른다. 15개 주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뉴욕주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뉴욕주 인근 뉴저지주에서는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샌프란시스코만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한 크루즈선 그랜드프린세스호에서는 이날 이틀째 승객 하선작업이 진행되면서 약 300여명이 내렸다. 당초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날까지 2,000여명인 승객 전원을 하선시켜 격리 치료할 방침이었으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