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다시 한 번 급락했다. 전날 뉴욕 증시의 반전을 이끌었던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었으며 오히려 미국 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 증시 이탈을 부채질했다. 외국인들의 ‘최애 종목’이었던 삼성전자(005930)는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2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4.58%(2,500원) 내린 5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8년 10월11일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위축 우려에 4.86% 급락한 후 최대 하락폭이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25조9,500억원에서 311조1,000억원으로 14조8,000억원가량이 사라졌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면서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외국인들은 이날 하루 동안 삼성전자 주식 5,494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00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 중 78.4%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기·전자업종에서만 외국인들은 6,232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6,735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기관(1,494억원)의 순매도세까지 겹치면서 낙폭을 줄이지는 못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데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측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삼성전자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1월 6만2,800원까지 올랐으나 최근 코로나19와 유가급락 사태를 맞으면서 고점 대비 17%나 빠졌다.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극대화되는 모습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는 8.05%(2.8포인트) 급등한 37.6포인트를 기록해 올 들어 최대치까지 치솟았다. 이날 증시가 개장되기 전만 해도 전날 뉴욕 증시의 상승 반전 소식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내림세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소폭 상승 반전을 시도하다가 낙폭을 키웠다. 기대감도 미국에서 시작됐고 급락세를 부채질한 것도 미국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급여세 감면 등 경기 부양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기에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257명 늘어나 1,000명에 육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나스닥 선물지수가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하기 시작했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투매로 이어졌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애초 뉴욕 증시 마감 후 미국 정부에서 경기 부양책과 관련해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는데 흐지부지 넘어갔다”며 “경기 부양책에 회의적인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다시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와 이로 인한 국내 증시의 변동성 심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로나19 확산만이 문제가 아니라 최근 유가 급락에 따라 미국의 셰일기업과 에너지 기업들의 부실 위험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펀더멘털 훼손 우려는 국내 증시를 계속 짓누를 것”이라며 “여기에 유가가 급락하면서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회사채 부실에 대한 위험까지 투자자들이 신경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