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연합뉴스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미리 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형량이 징역 3년으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2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 모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상고심 선고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7월 학원가를 중심으로 시험 정답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래 약 1년 8개월만에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온 셈이다.
현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학교 교무실에서 2017년 1학기 기말고사와 2학기 중간·기말고사, 2018년도 1학기 중간·기말고사 과목의 답안 일부 또는 전부를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집에서 쌍둥이 딸에게 학교에서 알아낸 답을 알려주고 이를 이용해 시험을 보게 했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고,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됐다.
현씨와 두 딸은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올랐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2심 모두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험 문제를 유출함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며 “특히 대학입시와 직결돼 투명성·공정성이 높아야 하는 정기고사의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성실히 업무에 종사해온 다른 교사들의 이미지까지 손상됐고 증거인멸로 보이는 흔적도 있어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비뚤어진 부정으로 인해 금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를 인정했으나 그의 아내가 세 자녀와 고령의 노모를 부양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징역 3년6개월에서 3년으로 낮췄다.
상고심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서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쌍둥이 딸들은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 재판을 받아왔으나 혐의를 계속 부인함에 따라 사건이 다시 검찰로 되돌아갔다. 검찰은 이들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고,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정식재판이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