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진원으로 지목되며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올해 창립 36주년을 앞둔 신천지는 기념식 행사마저 취소하는 등 이례적 대처에 나섰지만 정부와 여론의 전방위적 압박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신천지는 1984년 3월 14일 창립해 2000년대 중반 이후 교세가 급성장했다. 2007년 신도는 4만여명이었지만 7년만인 2014년 14만명을 찍었고, 이듬해 17만명에 올라선 데 이어 2018년에는 20만명, 작년에는 23만명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35주년을 맞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신도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기념식을 성대하게 열기도 했다. 단체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외부에 ‘정상 종교’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행위로 풀이된다.
올해도 기념식이 예고됐지만 지난달 1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코로나 환자가 대량 발생하자 결국 신천지는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내부적으로는 이례적 조치이나, 신천지만의 독특한 예배, 은밀한 전도 방식이 코로나를 확산했다는 비판이 거세이며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신천지가 종교계 안팎의 거센 이단 시비에도 장기간 성장세를 유지한 배경에는 이만희 총회장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결속력이 컸다. 하지만 신천지 대구교에서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신천지의 존립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모양새다.
이에 더해 정부의 압박에도 직면해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신천지 신도와 시설정보 전체를 확보해 집중적 검토 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검·경이 신천지를 상대로 각종 고발사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서울시는 신천지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예고했다. 다른 지자체나 정부 부처도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한 신천지 관련 단체 활동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에 나섰다.
내부적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신천지 신도들은 자신이 신천지라는 점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로도 꺼지는데, 이들 명단이 정부 손에 넘어간 상황에서 신분 노출을 우려한 이들 중 탈퇴자가 속속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도 신천지 해체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의 강제 해체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2일 오전까지 약 126만명이 동의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