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우한 봉쇄령도 언택트로 뚫겠다”는 기업들

12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 KOTRA 본사 2층 사이버 무역상담실에서 해외 바이어와 국내 기업 관계자가 화상으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KOTRA12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 KOTRA 본사 2층 사이버 무역상담실에서 해외 바이어와 국내 기업 관계자가 화상으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KOTRA



“여기는 우한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50일째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늘은 총 3곳의 한국 기업과 만났고 그중 2곳에 송장을 보내 샘플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단가 협의가 남았지만 오늘 만남에 대단히 만족합니다.”

12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 KOTRA 사이버 무역상담실 모니터에 등장한 중국인 바이어 완모씨는 봉쇄령 이후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탓인지 화상상담에 참가한 한국 기업의 제품에 대해 꼼꼼하게 챙겼다. 화상 상담이지만 기업들은 간간이 제품 스펙을 정리해둔 PPT를 보여주거나 제품을 시연하며 거리감을 좁혔다. 미리 찍어둔 동영상을 틀어 직접 만나지 못해도 충분히 제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기업당 배분된 1시간을 한참 넘길 때까지 질문을 이어갔던 완씨는 “이동이 제한된 지금 화상상담만큼 효과적인 업무 수단이 없다”며 “우한 지역에 화상상담을 활용해 판로 개척을 하는 곳은 한국 기업이 유일하다”며 연신 감탄했다.


화상상담은 코로나19로 해외 바이어를 만날 기회가 극도로 축소된 국내 중소기업들에는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다.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모집하기 시작한 화상상담 참가 기업은 보름도 안 돼 350곳이 넘게 신청했다. 한국발 입국금지를 발표한 국가도 최근 들어 크게 늘면서 수출길이 가로막힌 기업들이 대거 몰렸다. 중화권 국가 바이어와의 미팅을 신청한 곳이 가장 많다. 이날 하루만 놓고 봐도 미국과 러시아·몽골·페루 등 여러 국가 바이어들이 화상상담 인프라를 통해 한국 기업들과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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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우한 지역 바이어와 화상상담을 진행한 국내 기업 11곳 가운데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된 대구 지역 기업인 딘에어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형수 딘에어 대표는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올 상반기 베트남과 홍콩으로 수출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론칭 시점조차 잡지 못했다”며 “면대면으로 해왔던 영업보다 생생함은 떨어지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화상상담을 적극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세련된 디자인의 벽걸이 겸용 공기청정기를 내세운 딘에어는 내주까지 화상상담을 통해 중국과 말레이시아 바이어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국내외 기업인들은 화상상담을 위해 굳이 KOTRA 해외 무역관이나 본사·지방지원단 등을 방문할 필요도 없다. 노트북 또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화상상담을 위한 웹사이트를 방문해 로그인만 하면 된다. 만약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지역에 있다면 위챗 같은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기도 한다. 화상상담 전 과정에는 전문 통역사의 통역 서비스도 지원되지만 전액 무료다.

화상상담은 코로나19로 막힌 수출길을 비대면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영업 인력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모니터로 마주하기 때문에 하루에 진행 가능한 건수가 제한적이다. 수요가 폭증하면서 KOTRA가 기존에 구비해 둔 화상 상담부스도 모자란다. 때문에 정부는 KOTRA 본사와 지방지원단 13곳에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 상담 부스를 5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KOTRA 관계자는 “기존 면대면 상담과 달리 모니터를 집중해서 바라봐야 하는 화상상담은 하루에 2~3건만 진행해도 기업인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며 “최종 계약까지 가기 위해 자주 해외 바이어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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