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 ‘쿠팡’ 소속 비정규직 배송 근로자 40대 남성 A씨가 지난 12일 새벽 경기 안산의 한 빌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쿠팡맨’ A씨의 사망이 코로나19로 업무량이 급증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격무 이면에 쿠팡맨들의 옥죄는 경쟁적 노무관리 시스템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7일 쿠팡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라 대면 거래가 줄고 온라인 거래가 증가하며 쿠팡의 일일 택배 배송 물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하루 평균 220~230만개였던 하루 택배량은 설날 등 명절이 겹치면서 약 330만개에 육박한 뒤 조금씩 줄어들었다가 다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300만개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측은 일일 택배물량이 는 것은 사실이지만 쿠팡맨 개인당 배송 물량은 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배송하는 ‘쿠팡 플렉스’ 인원을 3배가량 늘려 물량을 분산해왔기 때문에 인당 배송량에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측은 이에 대해 “본사 측의 주장에 대해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쿠팡 플렉스 활성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체감 부담이 달라 수치만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일각에서는 A씨의 죽음을 코로나19로 인한 단순 물량의 증가 때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맨 간 경쟁을 과열시키는 노무관리 시스템과 그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이 사태의 근인이라는 것이다. 쿠팡은 현재 전체 6,500여명의 쿠팡맨을 두고 있고 이 가운데 7~80%가 비정규직 근로자다. 정규직 또한 1~9단계로 구분돼 단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진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일상적 경쟁에 놓여있다고 비정규직 쿠팡맨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비정규직 쿠팡맨은 “근태가 상대평가다 보니 내 옆에 있는 쿠팡맨보다 낫다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며 “상대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이제는 법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을 쓰는 게 이상할 정도라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A씨 역시 입사 한달 차 신입직원이었지만 사망 당시 신입직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당 20가구의 물량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부는 ‘새벽 배송’ 열풍으로 근로 조건은 나빠지는데 되레 노사간 소통은 더 얼어붙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최근 새벽배송을 두고 경쟁을 벌이면서 야간에 근로하는 쿠팡맨이 느는 추세지만 본사가 현장 고충에 귀 기울이는 빈도는 되레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쿠 팡측은 “소통 면에서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며 “노사협의체도 전과 마찬가지로 운영되고 있고 개별 캠프별 소통창구도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