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추가 금리인하 효과 제한적...기업·자영업자에 재정풀기 집중해야"

[코로나19 경제위기... '서경 펠로' 진단]

신용경색으로 한계기업 부실화 우려...자금줄부터 터줘야

임차료·직원 월급도 감당못하는 소상공인 '심폐소생'을

국민에 현찰 일괄 지급 '재난소득'은 나라곳간만 망가뜨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악재가 등장하면서 갈 길 바쁜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사면초가에 놓였다. 업종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타격으로 내수는 고꾸라졌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자금난으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언제쯤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힐지 속단하기 힘들다. 한국 경제가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엄중한 시국에 놓인 가운데 서울경제 펠로(자문단)와 전문가들은 17일 “신용경색으로 한계 기업의 부실화가 우려된다”며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만들어 우선 기업들의 자금줄을 터줘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이들은 또 “금리 인하보다는 유동성 공급에 방점을 찍는 ‘응급환자 심폐소생’을 통해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동성 공급으로 응급환자 심폐소생”>

대다수 전문가는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의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매출 급감으로 신용 불안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살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은 “지금은 금리로 접근할 상황이 아니고 긴급경영안정자금, 보증 확대 등을 통해 신용 자체를 공급해야 한다”며 “임차료나 직원 월급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우선 응급환자를 살리고 봐야 국내 산업의 초토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도 “이미 초저금리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낮춰도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비롯해 흑자 도산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위한 긴급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한계 상황에 몰린 기업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하는 방식이 더 긴급하다”고 동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채권시장안정펀드·금융안정기금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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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찰 푸는 재난소득, 코로나 해법 아냐”>

청와대와 여권이 논의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책은 필요하지만 현찰을 막 풀어대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며 “장사가 안 돼 죽으려는 기업들을 살려야지 왜 나랏돈을 소비자에게 나눠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씩 현찰 51조원을 한 번에 풀면 나라 곳간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일괄적으로 현찰을 지급하는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차 추경으로는 코로나19의 충격을 다 해소하기 힘든 만큼 여권이 2차 추경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재정이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집행되도록 규모와 시기를 결정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외환 부문의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는 대신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경상수지는 갈수록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이미 급감한 수출 실적이 3월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이사장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해도 여전히 ‘제로’보다는 높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교역 악화로 무역수지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종=나윤석·조지원기자 백주연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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