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발생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외화 조달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 확대한다. 국내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40%에서 50%로, 외은지점은 200%에서 250%로 각각 올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은행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 한도를 25% 상향 조정할 방침”이라며 “이번 조치가 외화자금 유입 확대를 유도함으로써 외환스와프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외환 분야 비상계획(컨틴전시플랜)상 세부대응 조치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준비하고 필요시 그 조치를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본지 3월17일자 1면 참조
다만 상향 한도 폭이 크지 않고 은행이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경우 시장 내 외화자금 공급 증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은행의 외화건전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10년 10월에 처음 도입됐다. 은행은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외화를 주고 원화를 빌려오는 거래를 통해 외화자금을 공급하며 외화 공급 규모만큼 선물환 포지션이 높아진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 상향시 스와프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외화 규모가 확대되는 셈이다.
정부는 선물환 포지션이 높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외화자금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선물환 포지션이 35%에 달하는 일반은행이 꽤 있고 외은지점도 150%를 웃도는 곳들이 있다”며 “외환스와프시장 내 은행의 외화자금이 약 50억~100억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화수급 불균형이 일시에 해소될 수는 없지만 현 단계에서 경제 심리 안정화와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 한도 상향에 대한 기대가 엇갈린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규제비율인 80%를 크게 웃도는 128.3%에 달하고 금융위기 이후 외화건전성을 개선해왔기 때문에 유동성이 약간 확대되는 정도에 그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도가 200%에서 250%로 늘어난 외국계 은행 지점은 해외 금융기관과 달러 차입 거래를 할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나고 본점으로부터 외화를 조달할 여력이 커졌다.
은행을 통해 시장 내 자금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간접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 확대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경계한 은행들이 보수적 자금 관리 태도를 이어가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비상계획의 첫 단계라고 강조하며 외화 조달 상황 악화시 추가 대책을 시사했다. 이날 기재부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스와프시장에 참여하거나 금융기관에 외화를 공급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을 가지고 스와프시장에 돈을 풀거나 시중은행에 경쟁입찰방식으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또 외국환거래법 상 기재부 장관이 위아래로 한도를 50%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점을 언급하며 추가 한도 상향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 증액 외에 외국환 포지션 한도 초과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한국은행 총재가 별도 한도를 지정하는 방안도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안 발표에도 환율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43원에서 출발해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 등으로 1,231원10전까지 저점을 낮췄으나 오후부터 다시 상승 전환해 전일 종가 대비 2원20전 오른 1,245원70전으로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2010년 6월11일(1,246원10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백주연·이지윤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