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마스크 수급이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든 반면 감염증에 취약한 아동들을 위한 ‘어린이용 마스크’는 여전히 구매가 어려워 어린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대한약사회와 약국 업계 등에 따르면 일선 약국들은 어린이용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서울 성동구·종로구 소재 약국 9곳에 문의한 결과 어린이용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은 2곳에 그쳤다. 성인용 마스크는 마스크 5부제 정착과 국내 마스크 생산량 점증에 따라 수급이 안정되고 있지만 어린이용 마스크 수급은 여전히 이와 딴판인 셈이다. 어린이용 마스크는 일반 성인용 마스크 가장 작은 사이즈보다 작은 크기로, 마스크 생산회사들이 주로 초소형 사이즈 등으로 분류하는 보건용 마스크들을 통칭한다.
서울 신도림동에 사는 노모(35)씨는 어린이용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주변 약국들을 샅샅이 돌아다녔지만 어린이용 마스크는 면 마스크밖에 없거나 아예 “재고가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노씨는 “아이들과의 동반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예방 접종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어렵기에 난감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어린이용 마스크는 일반 성인용 마스크와 달리 입고가 불규칙하다. 약국은 하루 250장가량의 공적마스크를 공급받는데 이중 어린이용 마스크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매일 매일 다르다. 일선 약국들은 관련 사항이 미리 공지되지 않아 어린이용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 얼마나 입고될지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약국을 돌아다녀 보면 실제 어린이용 마스크가 필요한 지역에는 마스크가 없고, 필요로 하지 않는 지역의 약국에는 쌓여 있는 경우도 상당했다.
어린이용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지난 16일 기획재정부 마스크수급 태스크포스는 어린이용 마스크 수급 지침을 바꿨지만 상황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기존에는 성인용·어린이용 마스크를 합쳐 공적마스크 물량 250여장을 공급하다 이날부터 250장을 모두 성인용 마스크로 공급하고 약국마다 수요에 맞춰 유아용 마스크를 추가 신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약국에 내려오는 지침이 자주 바뀌다 보니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약국이 상당했다. 실제 서울 성동구 Y약국의 관계자는 어린이용 마스크 구매 가능 여부를 묻자 “최근 공지를 받은 게 없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답했다.
기존 공적마스크 정책이 어른용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마스크생산업체의 관계자는 “부모 사이에서 어린이용 마스크 수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초소형 마스크 물량을 당장 공적마스크로 제공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정부 측에서 주로 성인용 마스크 위주로 공급하라는 요청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글·사진=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