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이야기’ 저자로 역사 대중화의 지평을 연 원로 재야사학자 이이화(사진) 선생이 18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비록 대학에서 사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철저한 고증 작업을 바탕으로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역사를 서술해 역사학의 높은 장벽을 허문 재야사학자로 평가받는다.
1936년 대구 출생인 고인은 광주고를 졸업하고 상경해 훗날 중앙대에 편입된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다녔다. 이후 한국고전번역원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고전을 번역했고 서울대 규장각에서 고전 해제를 썼다. 이 무렵 ‘허균과 개혁사상’ ‘척사위정론의 비판적 검토’ 같은 역사 관련 글을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다.
고인은 계간지 ‘역사비평’을 펴내는 역사문제연구소 창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역사문제연구소는 재야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역사 공동연구와 성과 보급을 위해 지난 1986년 2월 설립됐다. 당시 소장이 정석종 영남대 교수, 부소장이 문학평론가 임헌영 씨, 이사장은 서울시장인 박원순 변호사였으며 고인은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제2대 연구소장을 지냈고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고인이 ‘야인(野人)’에서 벗어나 일반인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5년 출간한 ‘한국사 이야기’가 서점가에 화제를 뿌리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부터다. ‘한국사 이야기’는 10여년간에 걸쳐 저술한 22권짜리 책으로 개인이 쓴 한국 통사로는 가장 분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2015년에는 개정판도 냈다. 이외에도 ‘인물로 읽는 한국사’ ‘만화 한국사’ ‘주제로 보는 한국사’ ‘허균의 생각’ ‘전봉준 혁명의 기록’ 등을 발간했다.
단재상과 임창순학술상을 받았고 2014년 원광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8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도 맡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희씨와 아들 응일씨, 딸 응소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1일 오전10시다. (02)2072-2010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