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경기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고개를 들면서 코스피지수가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시장이 정책 실현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는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현재의 모습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86%(81.24포인트) 내린 1,591.20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1,6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0년 5월26일(1,582.12) 이후 10년여 만이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이날도 계속됐다. 외국인은 5,87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끌어내렸고 한동안 국내 증시의 ‘백기사’ 역할을 해왔던 연기금도 이날 매도세로 돌아서는 등 기관의 순매도까지 겹치면서 약세를 부추겼다. 개인은 이날도 9,144억원을 매수하면서 올 들어 20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는 ‘풀베팅’을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82%(13.68포인트) 오른 1,686.12로 개장한 후 10포인트 안팎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보합세를 보였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업어음(CP) 매입 발표와 미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급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2%(1048.86포인트) 급등한 2만1,237.38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거래일보다 6%(143.06포인트) 상승한 2,529.19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개장될 무렵 제기된 정책효과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을 맴돌면서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연준의 CP 매입 금리가 금융위기와 비교했을 때 관대하지 않아 정책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오전과 달리 오후 들어 지수 하락 폭이 커진 것은 정책효과에 대한 불신이 시장에 극대화된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오히려 투자위축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구축효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증시에서의 이탈을 가속화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를 반영하듯 나스닥 야간선물이 4%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오후 들어 아시아 국채 금리가 급등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각국의 재정적자가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심 때문”이라며 “금리 상승은 기대 인플레가 양호한 상황에서는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경기침체 우려가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국고채 1년물과 3년물 금리의 경우 오전에는 전날보다 각각 0.9bp(1bp=0.01%포인트), 0.3bp 하락했지만 오후 들어 0.1bp, 2bp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뉴욕 연방은행이 내놓은 3월 제조업 지수가 -21.5로 전월의 12.9에서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한 영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럽에 이어 미국도 통행금지 등의 조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를 극도로 악화시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