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한국사회 내 인종차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주민의 70%가 국내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인권위는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민 응답자 68.4%, 공무원·교원 응답자 89.8%가 ‘한국에 매우 또는 조금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해 국적 불문 응답자 대부분이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는 이주민 당사자 338명과 공무원·교원 등 32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주민 응답자의 경우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한국어능력’을 62.3%로 가장 많이 꼽았으며 ‘한국인이 아니라서(국적)’(59.7%), ‘민족’(47.7%), ‘인종’(44.7%), ‘피부색’(24.3%) 등이 뒤를 이었다.
공무원·교원들은 차별 사유로 ‘피부색’(90.1%)을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인종’(89.8%), ‘국적’(88.3%) 등이 근소한 차이로 뒤따랐다.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이 종교차별(49.7%)이나 성차별(74.1%)보다 만연해있다고 인식했다.
이같은 응답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는 ‘민주사회의 보편적인 권리가 이주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이주민들은 어떤 것을 향유하거나 누릴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아예 없는 것 등 한국인과 이주민 간의 위계적 구분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인종차별적 의식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인권위는 한국사회의 인종차별적인 인식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부족 사태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시행한 ‘공적마스크 5부제’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유학생, 이주노동자 등 100만여명의 이주민이 배제돼 이들의 생명·건강권이 보호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한 보고서는 지난 2018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의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에 크게 우려된다”며 “국내 인종차별·혐오 확산 금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에 따라 작성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정부는 코로나19 해결에 있어 국적에 따른 차별 없이 마스크 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권위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의 국내 이행을 촉진하기 위하여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