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외국민투표 일정 알린 주프랑스 韓대사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도 불구하고 4·15총선의 재외국민선거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19일 홈페이지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재외투표소 변경안내’라는 공지를 띄워 오는 4월1~6일까지 6일간 구 한국문화원에서 투표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6일(현지시간) 15일간 전 국민 이동제한령 등 초강경 대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재외국민 투표 중지 및 축소 등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 지역의 재외투표가 중지됐고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이탈리아에서도 재외선거 기간이 이틀로 단축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경폐쇄와 이동을 제약하고 있는 만큼 재외국민 투표를 중지하고 관련 예산을 위기극복수당으로 돌리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은 전날 “정부 추경예산뿐 아니라 재외국민 선거비용과 각 지자체 예산을 전방위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재외투표 시행을 공지함에 따라 프랑스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보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실시할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우한 지역 같은 경우 들어갈 인력의 입국과 장비 반출이 어려워 중지된 것”이라며 “나머지 국가들은 기존에 계신 분도 있고 최소한 참정권은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의 자국 내 이동제한명령 등 각국의 방역대책에 따라 재외국민의 투표에 제약이 따를 가능성은 여전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앙선관위와 협의해 재외국민 투표를 강행할 것인지, 극단적으로 그 지역에 대한 선거를 안 하든지, 선거기간을 줄이든지 검토를 할 것”이라며 “주프랑스 대사관은 재외선거 기간 일정이 나와서 공지를 한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공직선거법 제218조29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공관 관할 구역에서 재외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때 설치·운영 중인 재외선거관리위원회 및 재외투표관리관의 재외선거사무를 중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방역대책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현지 사정에 따라 축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투표 중지 결정은 우한 이외에는 없다”고 재외국민 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할 뜻을 확고히 했다.

정부가 전 세계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함에도 재외국민 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호하고 투표율 하락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추정된다. 실제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선거지원 관계장관회의에서 “유권자들이 감염을 걱정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외교부·중앙선관위를 중심으로 재외투표소 방역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재외국민 투표가 강행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 214만여명의 8.24%에 해당하는 17만7,000여명이 참정권을 행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