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스타트업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면서 신선식품 배송 마켓컬리의 월 거래액이 1,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전에 마켓컬리의 월 거래액이 400~500억원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 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쿠팡과 신세계 등 대형 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오히려 적자 누적에 시달려 왔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유치가 차질을 빚는 등 경영위기설까지 불거졌다. 대형 업체들에 비해 실탄이 부족했던 마켓컬리는 추가 사업 확장을 공격적으로 못하는 악순환에 갇히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구매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마켓컬리가 기사회생 할 기회를 잡게 됐다.
투자유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마켓컬리는 늦어도 내달 초까지 중국계 벤처캐피탈(VC)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의 비상장사)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컬리와 달리 코로나19 발병 전에 고성장을 보여온 여행·숙박 스타트업은 기존 예약 취소와 실종사태가 겹쳐 자금난에 시달리는 등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숙박 예약 스타트업 호텔엔조이 운영사 메이트아이가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여행·숙박 스타트업들의 부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투자유치 지연에 매각설까지 나도는 등 내부적으로 흉흉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숙박 스타트업들은 최근 거래액이 적게는 반토막에서 많게는 90%까지 급감한 상황”이라며 “갑작스러운 자금난에 처한 중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매각설이 돌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여행·숙박 스타트업인 야놀자의 3월 첫 주 이용자(안드로이드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40% 빠진 33만명을 기록했다. 야놀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8% 성장한 3,00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지만 상생을 위해 대구경북 및 강원도 지역에 상생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고, 전체 예약도 꾸준히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여행 상품 중개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같은 기간 이용자 4만6,000명에서 1만7,000명으로 이용자 63%가 감소했다.
이용자 급감에 따른 거래액 감소가 심화되면서 추가 투자 유치에도 비상이 걸렸다. 네이버 등서 120억원을 투자받아 관심을 모았던 트리플은 올 초 대규모 시리즈C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한때 잘 나가던 숙박·여행, 공유 스타트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온라인 배송업체들은 되레 주문이 폭증해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