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침체 공포에 ‘믿을 건 달러뿐’이라는 심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채권은 물론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 미 국채, 엔화 등까지 닥치는 대로 팔고 현금(달러) 확보전에 나서면서 미국 달러가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달러 쟁탈전이 본격화하며 19일 금융시장은 극심한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달러매수가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291원50전까지 치솟았다가 40.0원 폭등한 1,285원70전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장중 1,290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09년 7월14일(1,303원) 이후 처음이다. 앞서 1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사재기 광풍이 몰아치면서 엔·유로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는 2017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101.160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 역시 달러 확보를 위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8.39% 급락하며 1,500포인트선마저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11.71%나 하락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붕괴 위기에 몰리자 기관들은 마진콜과 투자자들의 환매요구에 응하기 위해 서둘러 주식과 채권을 처분하고 있다. 경기침체 본격화라는 공포에 기업들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가리지 않고 내다 팔며 달러 유동성을 확보해 부도만은 막겠다는 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JP모건은 이날 올 2·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4·4분기 금융위기 당시의 성장률 -8.4%를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달러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위기에는 안전자산’이라는 통념마저 깨지면서 온스당 1,700달러를 넘보던 금 선물값은 이날 1,477.90달러까지 추락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1.26%대로 상승(가치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과 금·국채 등 안전자산의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것은 전형적인 금융위기 신호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포감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이 팔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산을 내던졌다”며 “현금으로의 쏠림이 금융시장을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냇웨스트마켓의 미주 담당 최고전략가인 존 브릭스는 “현금이 왕(king)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희영·박성호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