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통합당 영입인사를 대거 비례 후보 당선권 뒤에 배치한 이른바 ‘배신 공천’이 3일 만에 진압됐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사람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당원들이 투표로 비례 추천안을 부결하면서 이 같은 사태를 이끈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사퇴했다.
미래한국당은 19일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한 4·15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명단을 두고 투표한 결과 찬성 13표, 반대 47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는 지난 16일 공관위가 발표한 비례대표 공천 후보 46명 가운데 통합당의 반발을 받아들여 네 명의 순번을 재배치한 추천안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대의원들이 투표로 추천안을 부결하면서 더 큰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부결에 앞서 미래한국당 당원들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절차를 무효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처분 결과가 나오면 추천안 자체는 무효가 된다.
비례 후보를 두고 당원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는 16일 미래한국당의 한 대표와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본(本)당인 통합당과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후보자 추천안을 내면서다. 미래한국당은 개정 선거법에 따라 도입된 정당득표율에 지역구 의석을 빼고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50%)를 대비하기 위해 통합당이 만든 비례위성정당이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에서 영입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보란 듯이 당선권(20번) 바로 뒤인 21번에 배치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격노하며 수정을 요구했지만 한 대표는 “잘못한 공천이 아니다”, 공 위원장은 “한 명 정도는 바꿀 수 있다”며 맞섰다. 하지만 반발이 커지자 이날 최종 네 명을 수정했는데, 대의원 투표에서 부결되고 당원들이 가처분 신청까지 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황 대표가 “신뢰가 깨졌다”며 특단의 조치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아침 편지를 올려 “정치는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며 “제 약속에 거짓이 없도록 야무지게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황 대표는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신뢰가 무너졌고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본당과 맞설 경우 당원들이 집단 탈당해 새 위성정당을 만드는 계획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새 정당은 시간적으로 충분하다”며 “당헌·당규에 따른 민주적 절차로 비례 후보를 다시 추천할 시간도 있다”고 전했다.
통합당 지도부의 압박과 추천안 부결로 궁지에 몰린 한 대표는 결국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이라고 비판하며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미래한국당 최고위원들도 논란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를 결의했다.
지도부가 물러나자 불출마를 선언한 통합당의 5선 원유철 의원이 탈당하고 미래한국당에 입당했다. 통합당 중진인 정갑윤·염동열·장석춘 의원도 미래한국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원 의원과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비례 대표 공천을 다시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