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20% 이상 폭락하며 1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앞으로도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로 전 세계 항공 운항 등 경제활동이 중단되며 석유 수요가 앞으로도 감소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반면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연합체)의 감산 합의가 이달 말 종료되면서 잉여분은 넘쳐날 것으로 전망돼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 2·4분기 원유 재고량은 유례없이 하루 기준 400만배럴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1,000만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BoA는 이처럼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원유 생산이 중단되려면 배럴당 10달러대까지 내려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불과 한 달 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3달러대에 거래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2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탈출구가 없는 만큼 유가의 하락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이 크게 감소하며 석유 수요는 급락한 반면 증산 경쟁은 더욱 가속화돼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국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여행 등의 봉쇄에 나서면서 석유 수요가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CNN비즈니스는 올해 하루 평균 원유 수요량이 골드만삭스는 110만배럴,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28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수요량은 급감하지만 석유 전쟁은 오히려 격화되면서 공급량이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OPEC+의 감산 합의가 실패한 후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10일 일일 산유량을 현재 970만배럴에서 1,23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며 다음날에도 1,300만배럴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UAE 국영석유사 아드녹의 술탄 아흐마드 알자비르 최고경영자(CEO)도 이달 11일 다음달부터 하루 산유량을 이전보다 약 33% 증가한 40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하루 최대 50만배럴씩 생산을 늘릴 수 있다고 언급한 상태다.
OPEC+의 감산 합의가 이달 말 종료되면서 다음달부터는 여타 산유국들도 증산 대열에 가세할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은 “사우디는 다른 생산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이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지배적인 시장 관리자와 가격 책정자가 되는 것”이라며 “유가 충격으로 인한 고통은 올 한 해에 걸쳐 누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