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출장 갔다 돌아오지 못하는 직장인 A씨

코로나 확산으로 각국 입국금지에

현지 주재원 등 체류 기간 길어져

기존 출장자 교체 엄두도 못낼 판

혐한 기류까지 감지...정부만 바라봐



“2주로 예상했던 출장 기간이 1~2주씩 늘어나더니 앞으로 최소 두 달은 귀국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초 스리랑카로 파견된 대기업 엔지니어 주정훈(가명·34)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빠른 확산세에 현지에 발이 묶였다. 귀국일을 두 달 뒤로 예상하지만 이도 예상일뿐이다. 가족과 생이별을 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16일 한국을 상대로 입국 금지를 포함해 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가 140개국을 넘기며 현지 파견된 국내 기업 출장자 및 복귀 예정이던 주재원들이 예상치 못한 장기 체류를 하고 있다. 짧게는 1~2달부터 길게는 올 상반기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아시아에 이어 유럽·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코로나19 확진 속도가 빨라지며 의도치 않은 해외 주재인력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도 어쩔 수가 없다. 새로운 프로젝트 수주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출장을 보내야 하는데 코로나19 종식 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기존 출장자를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국가에 자체 생산·판매법인이 없는 경우 더욱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영업은 e메일로도 할 수 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 수주나 특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술자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며 “2월 초 입국 금지 시그널을 감지해 출장자들을 미리 파견했는데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이 같은 봉쇄 조치들은 더욱 확산 및 강화돼 입국 제한이 아닌 명시적으로 입국 금지를 선언한 국가만 70여개국에 이른다. 이미 해외 생산·판매 법인이 자리를 잡은 미국 유럽 등도 안심하기 어렵다. 특히 유럽의 경우 현지 주재원이 여러 국가를 오가며 신규 사업 수주 등 현지 업무를 처리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현지에서도 타지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기약 없는 출장 일정에 해외 파견 인력들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 나간 주재원 C(40대)씨의 경우 가족들의 중국 입국이 미뤄지며 생이별 중이다. C씨는 “현재 14일 자가격리 조치와 자녀 학교 입학 문제까지 겹치며 하반기에나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장자뿐 아니라 현지 체류 중인 주재원도 고역이다. 베트남 하노이 3년 차 주재원인 B(40대)씨는 “혐한 기류가 감지될 만큼 현지 처우가 열악한 가운데 올해 8월 주재 기간이 만료돼도 후임 주재원이 입국을 못 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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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주재원 비자를 갱신하기 위한 일시 귀국 등 주재원 본인은 물론 기업 인사팀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관용 여권으로 오가는 KOTRA의 중국 우한무역관장도 지난 1월 말 춘제 기간에 한국에 입국했다 우한 봉쇄조치로 현지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국내 본사에서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중국·베트남 등 한국 기업들의 활동이 많은 20여개 국가와 코로나19가 음성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건강증명서 등을 지참한 기업인에 한해 예외적 입국을 허용하도록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협의 결과를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현재 협의 중인 국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해외 현지 공장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 엔지니어나 인근 국가에서 기술자를 급파할 수밖에 없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공정을 요하는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입국 제한 조치 완화 및 대상 국가 확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 13일 베트남 정부로부터 일시 허가를 받아 전세기를 급파해 186명 엔지니어를 입국시킨 것도 삼성이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베트남 정부와 협력해 가능한 조치로 해외 현지에 네트워크가 없는 기업은 꿈도 꿀 수 없다”며 “관용 여권 등을 통한 입국 등 정부가 기업인들의 해외 출장길을 뚫어 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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