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일정을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착한’이다. ‘착한’ 스타트업, ‘착한’ 프랜차이즈, ‘착한’ 마스크 기업….
착한 스타트업은 가령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는 식이고, 착한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낮추는 경영을 하는 곳이고, 착한 마스크는 마진을 최소화한 값싼 마스크를 납품하는 업체를 말한다.
많고 많은 ‘착한’ 중에 으뜸은 단연 ‘착한’ 임대인 운동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임차인이 힘드니 임대료를 낮춰주는 운동에 참여한 임대인을 ‘착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 임대료를 깎아주지 않는 임대인은 ‘나쁜’ 임대인인가. 임대료 지급은 계약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바이러스 사태로 힘겨운 임차인의 입장을 헤아려 임대인이 일종의 선행을 베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임대인이라고 어렵지 않은 게 아니다. 은행 대출이 있고 나름의 자금 흐름을 갖고 가야 한다. 그런데 ‘착한’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다 보니 ‘임대료 인하’라는 임대인의 배려, 선행이 마치 임차인의 권리처럼 느껴진다. 따지고 보면 이 운동에 동참한 업체들도 임대료를 다 받아서는 임차인이 파산할 거 같고 새 임차인을 들이기도 어려우니 할 수 없이 임대료를 낮추는 것이다. ‘착하고’ 싶어 한 결정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뜻이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도 일종의 홍보를 염두에 둔 것이고 마스크 기업은 정부의 등쌀과 여론에 떠밀렸을 가능성이 크다. 임대료 인하는 냉정히 봐야 할 경제현상이지, 이분법적 대입을 덧씌워 정책당국이 추진할 운동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장차관들이 월급을 30% 반납한다고 한다. 고통 분담 차원이라고 한다. 내각이 모범을 보이는 것에 타박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훈훈하기보다는 꺼림칙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번 움직임이 자발적이라는 미명 하에 기업에 이를 강요하는 형태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이 정부가 최근 2년간 30%나 올린 최저임금, 노동 경직성 등은 손보지 않고 ‘다 같이 월급 줄이자’는 취지에 공감하기 어렵다. 더구나 올해 울트라 슈퍼 예산인 512조원에 11조7,000억원의 코로나 대응 추경예산까지 얻은 정부가 국민에게 또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일은 몰염치한 것이다.
혹여 이런 생각을 했다면 다른 솔루션을 제안하고 싶다. 일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기업으로부터 걷는 법인세를 줄이길 바란다. 이게 어렵다면 최저임금 인상 등 부작용이 심한 정책에 대해서는 적용 유예를 몇 달이라도 시행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예산을 꼼꼼히 점검해 선거판 등 엉뚱한 곳으로 돈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단속하길 충언 드린다.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