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40대 '중국통 부회장'…하나금융 후계경쟁 신호탄?

부회장직 1인서 3인체제로 확대

이은형 부회장에 해외 부문 맡겨

하반기 후계구도 윤곽 드러날 듯




내년 3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하나금융이 지주 부회장직을 1인 체제에서 3인 체제로 확대한 배경을 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은 46세로 그룹 계열사 경영진 가운데에서도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이은형(사진) 전 중국민생투자그룹 총괄부회장이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과 함께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지난 2011년 김승유 회장 시절 지주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으로 하나금융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이번 인사로 이 부회장은 중민투에 스카우트된 지 6년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와 글로벌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국내사업 부문과 국외사업 부문 부회장으로 각각 이진국(64) 사장과 이은형 부회장을 임명하고 3인 부회장 체제에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선임인 함영주(64) 부회장은 경영관리 부문을 총괄한다.


이 부회장 재영입은 김정태 회장의 비장의 카드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중국 지린대 석·박사를 지내고 지린대 동북아연구원 교수를 거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베이징대 고문 교수에 위촉됐던 이 부회장은 금융권에서도 손에 꼽히는 중국통이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GCIG 총괄대표 시절 하나금융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해외 투자로 꼽히는 지린은행 투자 건을 주선한 이가 이 부회장이다. 2014년 중국 최대 민영투자 회사인 중민투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듬해 하나은행과 중민투의 합작 리스회사 설립을 주선하는 등 하나금융의 글로벌 진출을 안팎에서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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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합류로 김정태 회장이 공들였던 중국 비즈니스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부터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와의 1조원대 ‘한중 산업협력펀드’ 설립작업이 본격화된다. 국내 금융그룹으로서는 처음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CIC의 한국 파트너로 입지를 굳힐 기회인 만큼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하나은행의 지린은행 투자가 불발될 위기에 처했을 때 투자금 납입기한 연장을 관철시키며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율했던 주인공이 바로 이 부회장이다. 둥원뱌오 중민투 회장이 중민투 설립을 추진하면서 이 부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다. 그의 이름에 ‘중국통이 인정하는 원조 중국통’이라는 별칭이 따르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이 부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이 발탁한 인물인데 김정태 회장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네트워크나 능력·경험 등 모든 면에서 봤을 때 이만한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그룹 내 중국통 역할을 하던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대규모 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 등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에 힘을 쏟을 여력이 부족해진 만큼 지 행장을 대신할 전문가가 절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인사는 김정태 회장의 임기를 1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여러 가지 해석을 낳는다. 2인자 자리인 부회장 자리를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후계경쟁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말 차기 회장 인선이 마무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부터 후계구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3인 경쟁체제를 통해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한편 세대교체 이후에도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연속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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