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간 한복 외길 인생을 걸어온 1세대 한복 디자이너 이리자(본명 이은임·사진)씨가 21일 오후10시5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지난 193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충남대 영문과를 졸업한 고인은 한복의 패션화와 국제화에 평생을 바친 ‘한복의 대모’였다.
1966년 이리자 한복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한복을 만들기 시작했고 1970년에는 한국인의 체형을 보완해 서양식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이리자식 한복 패턴’을 개발 보급했다. 일자로 허리에 주름을 잡는 항아리형에서 밑단이 퍼지는 A라인으로 디자인해 키를 상대적으로 커 보이게 만든 것이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복작품설명회를 개최해 ‘한복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도 고인이었다.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100회가 넘는 패션쇼를 개최했고 프랑스 프레타 포르테에도 초청되는 등 한복 국제화에 앞장섰다. 1974~1977년에는 미스유니버스대회 등 세계 미인대회에서 최우수 민속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복의 패션화에도 힘썼다. 색동·금박·자수 등 다양한 장식 기법을 사용하고 갓 없는 마고자 식 두루마기, 반 두루마기 등 생활 한복 디자인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란체스카·이순자·이희호·권양숙 여사 등 역대 대통령 부인들의 한복을 만들기도 했다. 1996년에는 국내 최초로 한복 전시관을 건립했고 2000년에는 위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조각천을 활용한 디자인을 개발했다.
한복 발전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화관문화훈장과 신사임당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남편 황윤주 전 상명대 교수, 장녀 황의숙 배화여대 교수, 장남 황의원씨(사업), 차남 의명씨(사업)가 있다. 빈소는 서울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3일 오전10시, 장지는 용인 평온의숲이다. 유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조문을 받지 않고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