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대 27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구체화해 이번 주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최소 10조원과 피해 기업자금 조달 지원을 위한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 6조7,000억원에 아직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증권시장안정펀드 최대 10조원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일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중심으로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자금 소진 추이를 보고 필요 시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은 위원장과 주요 은행장들은 23일에도 한 차례 더 만나 지난 20일 간담회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는 한편 증안펀드 참여 규모와 시기 등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채안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총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그동안 채권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아예 10조원 이상의 채안펀드가 조성될 가능성도 관측된다. 은 위원장은 “경제 규모에 비례해 상식적으로 더 늘려야 한다”며 “여기에는 은행장들도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증안펀드의 경우 아직 출자주체가 불명확하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출자하는 증권시장안정펀드는 1990년 4조원 규모로 조성됐지만 주식시장 규모가 확대된 것을 고려하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금 동원력에서 앞서는 금융지주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금융지주사 중심으로 자금을 조성하고 대형 증권사들이 힘을 합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이미 은행을 통해 채안펀드 조성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기로 한 금융지주로선 부담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은행·증권을 모두 보유한 금융지주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를 동시에 출자하라는 요청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자본 적정성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않아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에도 투신사들이 증권시장안정펀드에 참여했다가 대규모 투자손실로 자본잠식에 빠져 부실화된 사례가 있었다.
금융위가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 유연화 방안 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금융위는 은 위원장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비상금융상황실 설치와 함께 금융사 건전성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업대출 등 필요한 곳에 자금이 신속히 투입될 수 있게 자금중개 시 유연성을 확보하도록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P-CBO 프로그램은 6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기업이 직접금융 시장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당초 자동차나 조선 등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관련 피해 기업으로 업종 경계를 허물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피해가 확대되면 P-CBO 지원 대상에 대기업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및 여행·관광·내수소비 업종 등이 지원 후보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