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농업과 기후변화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지난 겨울 한국의 평균기온은 지난 1973년 전국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3.1도로 평년 대비 2.5도나 높았다. 삼한사온의 기상현상이 사라졌고 눈도 적게 내렸다.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이 길어지고 고온화될 것이라는 점은 학계의 일치된 전망이다.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한파·우박·폭염 등 이상기상도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온난화로 작물의 재배 적지와 주산지는 전반적으로 북상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21세기 내 남한 대부분의 여름철 기후가 아열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따뜻한 겨울로 올해 과일나무의 꽃은 평년보다 일주일 이상 빨리 피고 있다.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의 출현 시기와 맞지 않고 병해충의 발생도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월동작물의 생육과 파종시기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이처럼 동식물의 계절성 변화는 농업생산성과 직결돼 있으므로 정확한 분석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상기상을 정확히 예측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기술의 개발과 현장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농촌진흥청이 24개 시·군에서 시행 중인 농장 맞춤형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는 국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날씨 이변을 조기 예측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농업 현장에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재해 예보뿐 아니라 토양 수분이나 일사량 등 농작물의 생육에 관련된 정보도 같이 제공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 앞으로 정확도를 보다 높이고 오는 2027년까지 전국 154개 시군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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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를 농업에 유리한 기회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과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은 물론 새로운 아열대 작물의 도입과 재배법 개발도 늦출 수 없다. 이미 남해안에서 감귤의 노지재배면적이 늘고 있고, 중부지역까지 아열대 작물의 시설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연내에는 아열대 작물 연구인프라가 추가 확충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최근 그 심각성에 비해 적은 것은 안타깝다. ‘탄소 중립’이라는 유럽연합(EU)의 소극적 대응 기조에 불만을 표시한 그레타 툰베리의 목소리 정도만 뉴스로 전해진다. 정치·경제적 셈법을 앞세워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인 농업선진국들과 달리 농업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한국의 대응은 매우 달라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신(新) 농업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사업’에 착수한다. 향후 8년간 약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연구사업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적응기술 발굴에 연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위기는 늘 기회를 수반하고 과학기술은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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