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위치한 타월 전문 생산업체 A사는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된 지난달 말부터 타 지방으로 출장을 가지 못하고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서울 동대문시장과 부산 국제시장 등지의 대리점을 찾아 현장의 고충을 듣는 등 영업활동을 하는데 대구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한 이후 대리점쪽에서 본사 관계자와의 접촉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주민들을 잠재적인 코로나19 감염자로 분류해 만남 자체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대리점에서 공식적으로 방문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매출이 급감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수출 비중이 3%에 그치는 A사는 전적으로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이다. 그는 “이달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70% 이상 줄면서 전체 직원 84명이 두 개조로 나눠 절반씩 출근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확진자도 아닌데 대구 기업인의 출장까지 기피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푸념했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대구 기업이 매출 급감에다 ‘타 지역으로부터 차별’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기업 33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기업 영향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기업이 전체의 76.8%에 달한 가운데 피해 유형을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서 ‘타 지역으로부터의 차별(26%)’이 네번째로 높은 피해 유형으로 꼽혔다. ‘경기 침체 및 소비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72.9%)’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결제·대금회수 지연 등으로 인한 자금경색(33.7%)’, ‘마스크, 손 소독제 등 안전용품 구입 애로(30.6%)’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올해 1·4분기 매출액 실적이 전년 1·4분기 대비 ‘감소했다’는 업체가 69.3%였고, ‘증가했다’는 답변은 2.1%에 그쳤다. 올해 매출 전망에 대해서는 67.9%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비슷하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은 각각 30.6%와 1.5%에 그쳐 올해 지역경제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역기업은 현재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쁜 것으로 느끼고 있다”며 “주력산업의 생산부진에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만큼 대구지역 기업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