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내 한 불법 성인물 공유 사이트에 박사방·n번방 관련 영상물을 요청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사이트 캡처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한 뒤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일명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수사당국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와 이용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일부 성인 사이트에서 피해자 영상을 공유하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24일 한 국내 불법 성인물 공유 사이트의 경우 최근까지도 성인물 자료요청 게시판에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물 영상을 구한다는 수백 개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 댓글에는 ‘서버비 기부하고 n번방 유명 자료들 받고 싶습니다’ ‘ㅂㅅㅂ(박사방이라는 뜻) 풀팩(full package) 기부하고 받고 싶습니다’ 등 관련 영상물을 구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정 피해자의 실명이나 특정 연예인을 콕 집어 해당 영상물을 구한다는 게시글도 적지 않다.
불법공유로 인한 2차 가해는 수사당국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해외 성인물 사이트로까지 확대된 실정이다. 한 외국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목록에는 ‘korean telegram’ ‘telegram n번방’ ‘갓갓’ 등 박사방·n번방 관련 검색어가 수위에 올라 있다.
여성단체가 연대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성착취물 등에 접근한 가해자들을 26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성인물 사이트를 통한 유포자나 이용자 등 2차 가해 양상까지 고려하면 가해자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노진이 한국성폭력상담센터 활동가는 “많은 사람이 왜곡된 호기심 때문에 텔레그램 방에서 유포된 사진이나 영상들을 찾고 있어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박사방 내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내려받은 영상물을 다른 곳에 많이 유포한 회원을 우선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국내외 사이트를 통해 퍼진 영상물이 많아 추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소라넷 수사에서 보듯 성인물 사이트의 경우 운영자가 누구인지조차 알기 어렵고 서버를 압수수색해도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라 수사가 아주 어렵다”며 “성공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200만명 이상이 동의한 성착취물 관련자들에 대한 신상 공개 촉구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디지털성범죄특별수사본부’를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성범죄 관련 부서들로 구성되며 유관기관들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경찰은 인터폴·FBI 등 외국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해 사이버성범죄 수사에서 장애물이 돼온 해외 서버 문제 등도 적극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전국 지방경찰청에 ‘사이버성폭력전담수사팀’ 인력을 확충하고 다크웹·가상화폐 추적 기술과 같은 전문 수사기법을 적극 개발해 수사 전문성을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