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공감]아버지에게 짓밟힌 흑인 소녀의 편지

“나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으면 당신이 손을 대는 것마다 망할 거야.” 그가 웃었어. “네가 뭔데?” 그가 말했어. “너는 누구를 저주할 만한 사람이 못 돼. 널 봐. 너는 흑인이고, 가난하고, 못생겼고, 여자야. 염병,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으면 꿈꾸는 모든 일이 실패할 거야.”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씨가 말했어. “아무래도 네가 덜 맞은 것 같다.” “나를 때리면 당신은 그 두 배로 고통받을 거야. (중략) 나는 가난하고, 흑인이고, 못생겼고, 요리도 못 해.” 귀를 기울이고 있는 세상 만물에게 어떤 목소리가 말했어. “하지만 나는 여기 살아 있어.” (앨리스 워커, ‘컬러 퍼플’, 2020년 문학동네 펴냄)


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앨리스 워커의 소설 ‘컬러 퍼플’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오프라 윈프리가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치 칼을 꽂듯이 독자들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전한다. “이 일을 말하려거든 하느님한테나 해. 안 그러면 네 엄마가 죽어.” 열네 살 흑인 소녀가 강간당했다. 그것도 아버지에게.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으므로, 소녀는 하느님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 책은 소녀가 응답 없는 신에게 처절하게 때론 찬란하게 써 내려간 편지뭉치이다.



하느님은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 새로운 ‘신’들이 머물기 시작한다.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는 여자들, 그녀를 대신해 싸우는 여자들. 그 신들과 함께 그녀도 변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폭발하듯이 절규한다. 나는 살아 있노라고, 누구의 노예도 아니라고. 살아 있는 내게 손찌검하는 자는 손대는 것마다 망할 것이요, 내 고통의 곱절을 느끼며 모든 일에 실패할 것이라고. 최근 N번방 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여성이면서 아이였던 이들을 노예로 삼은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컬러 퍼플’의 저주는 아직 유효하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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