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25일(현지시간) 새벽까지 협상을 이어가며 전격적으로 타결에 성공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가운데 다시 한번 부결이 이어질 경우 나타날 대중의 비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에서 “의회는 오늘 허튼소리 없이 합의를 승인해야 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우리 경제를 일으키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다칠 것”이라며 조속한 합의안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오전1시께 백악관과 의회가 합의한 법안에는 △대부분의 미국 성인에게 1,200달러, 아동에게 500달러 지급 △기업·주·도시를 위한 5,000억달러 대출 프로그램 조성 △중소기업의 급여 문제 해결을 위해 3,670억달러 투입 △미국 병원에 1,500억달러 투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WP는 “이 법안은 공식적인 공청회나 검토 없이 서둘러 의회에서 통과되고 있는데 이 조치가 경제의 갑작스러운 추락을 막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그간 5,000억달러의 대출 프로그램과 관련, 재무부가 자금을 지원받는 이들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다며 이를 비판해왔다. 의회가 협상에 도달하면서 백악관은 민주당이 지적하던 대규모 대출 프로그램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허용하는 데 동의했다.
미 의회가 합의한 이번 부양책은 규모와 속도 등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 의회는 구제금융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수개월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두 차례의 부결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일주일 만에 전격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금융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지원 규모도 2조달러 이상으로 과거 1조5,000억달러였던 금융위기 시기보다 크다. 2008년에는 금융 분야에 지원이 집중됐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중·소상공인 등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커 지원 대상은 가계와 소상공인으로까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 소식에 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개장 직후 각각 약 3%, 2%씩 오르며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날 다우지수는 1933년 이후 약 8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 전장보다 2,112.98포인트(11.37%) 상승한 2만704.9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라 전장보다 209.93포인트(9.38%) 뛴 2,447.33에 마감했다. 나스닥도 557.18포인트(8.12%) 폭등한 7,417.86에 장을 마쳤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급등했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8.04%(1,454.28포인트) 상승하며 1만9,546.63에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