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텔레그램 n번방' 피해 여중생 "못하겠다고 애원했는데도 협박"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사진=오승현기자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사진=오승현기자



해외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등 여성 수십명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 및 유포했던 조주빈의 잔혹한 범행 수법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조주빈은 자신을 ‘주식 투자자’라 소개하며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해 고액 아르바이트를 제시했다. 여성들과의 대화 내용은 즉각 삭제하는 등 범행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26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조씨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피해를 입은 여중생 A씨는 보름 넘게 그가 시키는 일을 다했는데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성에게서 “땔감 다 얻었다. 보내준 영상은 유포한다. 수고”라는 메시지만 돌아왔다. A씨는 그를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A씨는 SNS에 ‘아르바이트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한 남성에게 쪽지를 받았다. 자신을 주식 투자자라 소개한 남성은 자신의 주식 통장 내역을 보내며 “한 달에 4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 통장에 있는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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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통장까지 보여주며 설득하는 그에게 믿음이 갔다. 그의 요구대로 계좌번호와 이름, 주소를 넘겼다. 그런데 남성은 스폰서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니 몸 사진을 찍어보내라고 했다. 얼마 후엔 얼굴까지 드러내라 했고, A씨가 이를 거절하자 협박이 시작됐다. A씨는 “그에게 신상정보가 넘어간 후라 반항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텔레그램으로만 대화를 나눴다. A씨는 대화 내용을 캡쳐해서 남기려 했지만 남성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수시로 방을 없앴고,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라고 했다. 또 남성은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40개가 넘는 영상을 요구했다. 신체 촬영이나 신체의 일부를 학대하라고도 지시했다. A씨는 “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아파서 못하겠다 애원했는데도 협박했다”고 말했다.

안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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