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4·15총선 총사령탑으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했다. 선거일 ‘D-17’인 오는 29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할 김 전 대표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중도층의 민심을 얻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통합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현 통합당)과 2016년 민주당의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어 선거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 전 대표가 이번에도 현재 열세에 놓여 있는 통합당을 승리로 견인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형준·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김 전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황 대표는 그 역할을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일임하고 서울 종로 선거에 집중할 계획이다.
황 대표의 김 전 대표 영입은 말 그대로 삼고초려였다. 황 대표는 당초 지난달 김 전 대표에게 ‘원톱’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태구민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와 관련한 김 전 대표의 언급이 논란을 빚으면서 당내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자 이달 들어 다시 김 전 대표에게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전 대표는 수락하지 않았다. 이후 황 대표는 16일 “내가 직접 깃발을 들겠다”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그로부터 10일 만에 또다시 김 전 대표를 찾았다. 황 대표 등은 이날 서울 구기동의 김 전 대표 자택을 찾아 통합당 선대위 합류를 간곡하게 요청했다.
통합당이 ‘김종인 카드’를 포기하지 못한 것은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지 못할 경우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17~1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도층의 통합당 지지율은 18%다. 민주당(34%)에 16%포인트나 뒤지고 있다. 1987년 개정된 헌법에 ‘경제 민주화’ 조항을 넣는 데 일조한 김 전 대표는 그런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중도층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 전 대표 영입에 당은 기대감이 크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선거 때마다 이긴 데는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이길 수 있는 편을 잘 선택한 요인도 작용했다고 본다”며 “그가 합류를 결정한 것은 그런 판단에 따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선거 이후에 ‘킹 메이커’ 역할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옛날 김종인이 아니다”라며 “젊은 층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