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단기자금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고 장기 회사채도 역시 금리가 떨어지는 가운데 단기 기업어음 등의 크레딧물 시장은 위축돼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1.87%였던 CP(신용등급 A1) 91일물의 경우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에 고시된 금리는 2.01%로 전일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CP 91일물 금리는 지난 19일만해도 1.41%선이었다. 그러나 단기자금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며 급등하면서 불과 일주일 사이에 60bp나 올랐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자금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6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91일 만기의 RP를 일정금리 수준에서 한도 제약없이 모집 전액을 배정하기로 했다. 입찰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해 입찰 때마다 공고한다.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에 추가로 11개 증권사에도 문을 열어주면서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도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추가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현대차증권·KB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교보증권·대신증권·DB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 등 11곳이다. RP 매매대상 증권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 등 8종이 추가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무보증회사채 3년 (AA-)수익률은 0.04% 하락한 2.021%으며 BBB-등급은 0.16% 떨어진 8.216%였다.
그러나 여전히 증권사들의 유동성 경색의 원인 중 하나인 일반 CP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F)관련 단기채 시장은 여전히 빡빡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대형증권사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단기자금 시장은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전시상황이었는데 한은의 조치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심리적인 효과일 뿐 실제로 금리는 여전히 높고, 단기자금을 구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증권사들의 경우 RP매입 대상이 될만한 국고채 등은 이미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왔다”며 “기업어음이나 전자단기사채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