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치원, 초중고교 개학 시기가 다음달 6일로 연기된 가운데 사상 초유의 온라인 원격수업이 실행될 지 주목된다. 정부는 해당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때만 학교를 폐쇄하기로 했지만 지역 내 감염이 확산될 때도 정규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이처럼 온라인 원격수업이 시작될 경우 초중고교생 ‘550만명 동시 접속’ 상황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는 이뤄지지 않아 대혼란이 예상된다. 또 소득별, 지역별로 교육 인프라 편차가 커 일부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27일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기에 한시적으로 적용할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전국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개학 후 각급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학교를 폐쇄하고 원격수업을 실시해 정규 수업으로 인정한다. 확진자가 1명이거나 2명이어도 이동 경로가 명확한 경우에는 부분 폐쇄만 이뤄지고, 2명 이상의 이동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발생할 때 일정 기간 학교 전체의 문을 닫는다. 또 교육부는 감염증 확산 상황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전체 학교급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혀 예정된 개학이 ‘온라인 개학’으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일부 열어뒀다. 또 4월 6일 개학의 시행 혹은 연기 여부를 다음주 30~31일에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기준안에서 교육부는 정규 수업으로 인정되는 원격 수업 방식을 실시간쌍방향 수업, 콘텐츠활용 중심 수업, 과제수행 중심 수업, 교육감·학교장이 인정하는 수업 등 네 가지로 규정했다. 출결은 학습관리시스템(LMS)·문자메시지·통화와 더불어 학습결과보고서· 학부모확인서와 같은 사후 증빙자료로도 가능하며, 평가는 출석 수업이 재개된 뒤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계에서는 학습 보조 수단으로 활용돼 온 온라인 콘텐츠를 정규 수업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서버 구축 문제 등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처럼 학교마다 학년·과목 별로 동영상을 녹화해 편한 시간에 학습하고 학급 관리 등을 더하면 되지만 약 55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초중고생들이 동시 접속할 경우에 대비한 동영상 공유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약 130억원을 투입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와 EBS ‘온라인교실’의 시스템을 보완할 예정인데 예상 가능한 동시 접속자수는 e학습터 300만명, EBS 150만명 수준이다. 앞서 유튜브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특정 학교·학생을 대상으로 할 경우 저작권 침해 사유에 해당해 활용이 힘든 상태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가장 권고하고 있다. 이 방식에서는 수행평가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도 유일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안내한 무료 서비스 업체들은 네이버, 구루미 등을 제외할 때 구글 행아웃, MS팀즈, ZOOM, 시스코 Webex 등 대다수가 외국 사기업으로, 초중고교가 전 수업을 쌍방향으로만 진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출결 관리가 불가능해 정규 수업으로 인정하기에 앞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데이터 공유·출결관리 협약 등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브리핑에서 콘텐츠 활용 수업을 위해 초등학생은 각 3~5분 길이의 e학습터 콘텐츠, 중고교생은 40분 길이의 EBS 동영상 강의를 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이는 결국 3~5분 길이의 핵심개념 콘텐츠에 원격 토론, 과제 학습 등이 더해질 경우 40분 이상의 정규 수업으로 인정해 준다는 뜻이어서 일부 논란이 예상된다. 핵심 개념을 반복 시청한다 해도 교원 별 편차가 예상되는 등 균일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각각 130~140만명에 달하는 중고생이 동시 접속할 경우 EBS 온라인교실은 다시 ‘불통’될 가능성이 짙다. EBS 온라인 교실은 초창기 접속자가 몰리며 서버가 다운돼 약 일주일간 시스템을 보완했지만 이후 온라인 특강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다시 접속 파문을 겪었다.
초유의 상황에서도 원격수업 기준안이 구체적인 매뉴얼 대신 권고 형태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교총도 “학교급, 학년, 차시 별로 수업 콘텐츠가 필요하고 교원과 학생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준안 마련 만으로 손 놓거나 학교에 책임을 맡겨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현 상태로는 출결 체크, 학습 콘텐츠 등 다방면에서 등교 개학에 상응하는 온라인 학습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동일한 교실 환경을 제공하려면 예산 계획부터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