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공조는커녕 코로나19의 발원지 논쟁을 벌이며 글로벌 경기침체 극복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손을 맞잡았던 행보와 대비된다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 간의 불신이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싸고 더 커지면서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무역갈등을 빚어온 양국은 올해 1월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해 극적으로 휴전 상태에 돌입했지만 지난달부터 코로나19의 발병 책임을 두고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혹은 ‘우한 바이러스’로 불렀고 중국 외교부 측은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 같은 설전의 여파로 미 국무부는 미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했으며 각국 기자들이 상대국에서 추방됐다. 이 와중에 미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새로운 규제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기술패권 전쟁이 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G2의 마찰로 다자 간 협력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24일 진행된 주요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는 미국이 공동성명에 ‘우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명기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다른 회원국들이 거부하며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26일 열린 주요20개국 (G20) 특별 화상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서로를 언급하지 않고 공동성명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시 주석과 별도의 통화를 했지만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상호 협조하자는 원론적 대화만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동성명에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명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유엔 차원의 코로나19 공동대응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최근 양국의 행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두 나라의 공조와 대조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수요 진작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 프로그램을 함께 발표했으며 다른 G20 국가에도 비슷한 조처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 달 새 두 번이나 전화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고 WSJ는 전했다.
금융위기 당시 재임한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양국이 공조해 함께 경기부양에 나선다면 전 세계가 열린 무역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최근 미중 간 적대감은 협조가 필요한 분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의 일부 경기부양 효과는 중국에 흘러 들어갈 것이고 중국의 일부 경기부양 효과도 미국에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