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1조원대 정부 자금을 수혈받은 두산중공업(034020)이 어떤 자구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기업 구호자금의 칼자루를 쥔 산은이 강력한 자구책을 추가 지원의 조건으로 삼은 만큼 알짜 계열사 매각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두산중공업은 잇달아 날아오는 ‘탈원전 청구서’에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 상반기에만 1조7,435억원대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당장 다음달 6,007억원대 채무를 갚아야 한다. 지난 2015년 4월 발행한 5억달러(약 6,007억원) 규모의 글로벌 본드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국제신용등급이 없어 수은의 지급보증을 받아 수은 유통시장 채권 수준에서 소정의 가산금리를 얹어 발행했다. 만기는 다음달 27일이다. 수은과 연장을 논의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 오는 5월에는 또 다른 고비를 넘어야 한다. 4,997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조기상환 청구기일이 5월 초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만기 5년에 수익률 2% 정도의 BW를 발행했다. 이 외에도 전자단기사채 5,500억원, 원화 사모 500억원을 5~6월에 잇달아 상환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이 당장 상반기에 갚아야 할 채무는 국책은행의 수혈자금 1조원을 두 배가량 뛰어넘는다.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매출을 통한 수익으로 차입금을 자체 상환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두산중공업 재무상태는 차입금 이자만 납부하기에도 빠듯하다. 신용도 역시 악화해 회사채 추가 발행도 불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어음(CP), 전단채 등 초단기 자금도 쉽지 않은 만큼 산은과 수은의 추가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두산중공업의 유일한 희망인 셈이다.
자구책 마련에는 두산그룹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두산그룹의 책임 있는 자구 노력을 전제로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산그룹은 1조원을 지원받으며 ㈜두산이 보유한 두산중공업 보통주, 두산타워, 두산중공업의 자사주 등 총 1조원 규모의 담보를 제공했다. 이 외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 계열사 매각 계획 등이 자구책에 포함돼야 여신위원회를 설득할 만한 수준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렇지만 두산그룹 입장에서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실적과 영업환경이 좋은 알짜 자회사라 쉽사리 매물로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두산메카텍의 현물출자와 같은 자본확충 방식이 다시 사용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자회사 매각 카드는 남겨두고 인력 구조조정에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말부터 만 45세 이상 직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현재 직원 650여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임원 면담 등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일부 인력의 휴업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