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과 총선 후보자들이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경감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총선을 앞두고 고가주택이 많은 지역구 민심을 고려한 대응이지만 여당 일각에서조차 종부세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무리한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강화 기조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변동성이 확대된 자본시장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강남과 용산, 경기도 성남 등에서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자 10인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법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의 김성곤·김한규·이정근·박경미·조재희·최재성·황희·강태웅 후보, 경기 성남의 김병관·김병욱 후보 등 종부세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유권자가 많은 지역 출마자다. 이들은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주거목적 1세대1주택에 대한 과도한 종부세 부과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20대 국회 종료 전까지 1세대1주택자 종부세 감면, 장기 실거주자 종부세 완전 면제, 주택연금 가입 기준 9억원 상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종부세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 종부세 경감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으로 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데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시세 30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은 27.4%나 급등했고 15억~30억원 주택은 26.2% 뛰었다. 공시가격은 주택 보유세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값으로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에게는 재산세 외에 종부세가 따로 부과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에 따라 국회에 계류 중인 종부세 강화 법안이 통과되면 1주택자는 최고 3.0%, 다주택자는 최고 4.0%까지 종부세율이 올라간다. 또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올해 90%에서 오는 2022년까지 100%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공시지가 상향에 세율 인상까지 겹치면서 다주택자는 물론 이른바 ‘똘똘한 1채’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급락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종부세 강화 기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1주택 가구의 보유세는 ‘제로’”라며 “우리 정부도 1주택 가구에 대해 종부세 면제를 검토해야 은퇴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도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과 공시지가 현실화를 한번에 추진하면 시장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계층을 겨냥한 종부세를 무리하게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폭락한 주식시장의 수요 기반을 확충해 외국인과 대형투자자의 ‘셀코리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상장사 한 종목에 3억원(올해 말 기준) 이상만 투자해도 양도차익의 2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해부터 실시되는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 3억원 인하는 변동성이 큰 현 상황에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해외투자로 발길을 옮길 수 있어 1년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도 “코로나19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일정 부분 유예 또는 속도 조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나윤석기자 하정연·진동영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