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인 27일 여야는 총선 선거전에 박차를 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해결 의지를 강조하며 ‘정부 지원론’을 내세우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부실하고 경제·안보정책이 실패했다며 ‘정부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후보자 등록을 마감했다. 이로써 4·15총선의 출발 총성은 울렸지만 ‘민주주의의 꽃’이어야 할 총선다운 총선은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두고 ‘동물국회’까지 연출한 여야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전 세계에 유례없는 위성정당까지 앞다퉈 내놓으며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기괴한 선거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처음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30석)가 왜곡되면서 선거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도(17석)는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소수적 가치를 지향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위해 정당득표율에 맞춰 의석을 배분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의원정수(300석)에 정당득표율을 곱하고 다시 지역구를 뺀 절반을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된다. 득표율이 높고 지역구 의석이 적을수록 유리하다. 이 같은 선거법에 반대하던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만을 내는 미래한국당을 출범시켰고, 선거법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조차 더불어시민당을, 친문(文) 인사들은 열린민주당 등 자매에 형제는 물론 사돈 정당까지 만들었다.
급기야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걸맞지 않은 수(手)개표까지 초래될 판이다.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노리고 등록한 정당이 50개를 넘어 선관위가 지난 2002년 이후 18년 만에 손으로 개표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선관위는 기표란 높이를 1㎝, 상하 간격을 0.2㎝로 한 투표용지를 만들 예정이다. 50개 정당이 모두 후보를 내면 투표용지 길이는 66.3㎝가 된다. 선관위는 25개 이상 정당이 후보를 내면 투표용지가 자동개표기의 한계를 넘어 수개표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와중에 정당들은 서로 현역 의원이 많을수록 투표용지에서 위 번호를 받는 점(선거법 150조)을 노려 위성정당에 ‘의석 꿔주기 제명’을 하며 눈총을 사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정 선거법으로 ‘민생 프레임’은 실종되고 투표용지의 길이를 걱정해야 하는 희한한 선거가 됐다”며 “66㎝ 투표용지 길이와 이를 수개표하는 방식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어 기네스북에 신청해볼 만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