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인 K-OTC가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거래가 다소 주춤하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뛰어난 거래 편의성을 바탕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K-OTC 지정 요건을 완화해 K-OTC시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K-OTC시장의 연간 거래대금은 지난 2018년보다 46.6% 늘어난 총 9,903억원으로 집계됐다. K-OTC가 처음 설립된 2014년 8월25일부터 4개월간 2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대금은 이듬해 2,222억원으로 급증했고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38억원(26일 기준) 정도로 지난해(4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에도 몰아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K-OTC는 2000년 3월27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설립한 ‘제3시장’이 원조다. 이후 2005년 7월 시장 운영 관련 제도를 개선해 ‘프리보드’로 새롭게 출범했고 2014년 8월 K-OTC로 개편됐다. 전문가들은 K-OTC의 성장을 이전과 달리 거래 투명성과 편의성을 높인 점에서 찾고 있다. K-OTC는 개편되면서 우량 비상장기업 주식도 거래하기 위해 제1부(K-OTC)와 제2부(호가게시판)로 나뉘었다. 또 1부를 ‘등록기업부’와 ‘지정기업부’로 구분해 등록기업부에 대해서는 사업보고서와 증권신고서 공시 의무를 둬 거래 투명성을 높였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 상장사당 평균 자본금은 344억원으로 프리보드 시절(24억원)보다 약 14배나 늘었다. 평균 시가총액 역시 103억원에서 1,057억원으로 10배 늘었다. 삼성SDS·미래에셋생명·지누스·카페24·제주항공 등 유가증권·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이 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 역시 높아졌다.
또 사설 장외시장보다 높은 거래 편의성을 보인 것도 K-OTC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다른 장외시장 플랫폼의 경우 호가 게시판의 역할에 머무르는 곳이 많았지만 K-OTC 종목은 직접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거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K-OTC에서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 거래세가 면제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은 “비상장기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세금 면제 혜택이 있다 보니 K-OTC 거래가 꾸준히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설립 20주년을 맞은 K-OTC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K-OTC 지정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상장 주식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해 매출신고서 제출 의무를 완화해 보다 많은 중소벤처기업이 K-OTC 지정사업부에서 거래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에서도 K-OTC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K-OTC를 통해 비상장기업 주식을 파는 경우에도 해당 비상장기업이 사모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게 골자다. 아울러 비상장주식 시장에서도 시세조종·미공개정보이용 등 불공정거래가 이뤄지지 않게끔 해 시장 투명성을 확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