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제조업 ‘도미노 셧다운’ 불길이 철강업계로 번졌다. 포스코·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조선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셧다운이라는 겹악재까지 덮치며 철강 수요 위축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탈리아 베로나 소재의 스테인리스 가공 공장 ‘포스코-ITPC’ 가동을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중단한다. 포스코ITPC의 생산 능력은 연간 4만톤 규모다.
포스코 인도와 동남아 공장 등 4곳의 가공센터도 31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인도와 필리핀·말레이시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휴업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포트클랑 소재 가공센터 포스코-MKPC, 필리핀 타나우안에 위치한 가공센터인 포스코-PMPC가 이달 말까지 문을 닫는다. 인도 델리 가공센터와 푸네 가공센터 역시 31일까지 공장을 멈춘다.
현대제철은 주요 고객이자 ‘형님’ 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의 해외 공장이 멈추면서 연쇄적으로 셧다운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의 해외 공장들은 주로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가공공장들이다. 현대제철 미국 앨라배마 강판 가공센터는 이달 말까지 셧다운하고 일부 라인만 운영하기로 했고 인도 코일 공장과 강관 제조 공장도 같은 기간 조업을 중단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 공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공장 가동 중단 일정에 맞춰 필수 인력만 배치해 근무하도록 했다.
철강업계는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량 공백은 하반기에 가동률을 끌어올려 메울 수 있지만 수요 부진이 더 큰 문제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 등 주요 글로벌 철강사들은 코로나19로 자동차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북미 지역 감산을 결정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감산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국 정부가 추가적인 휴업 조치를 내릴 수 있어 글로벌 생산망의 연쇄적인 가동 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전방 산업 설비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철강 수요가 위축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