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경기 시흥 중소기업의 특례보증 대출지원을 담당하는 기술보증기금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을 만날 때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했다. 그는 “3월 기업 위기감은 2월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졌다”며 “‘자금이 왜 필요하냐’고 기업에 물으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달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전 세계로 확산되자,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분위기면,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시화공단 입주업체의 고용 인원은 약 13만여명이다.
중소기업이 코로나19로 금융위기처럼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게 현 상황의 심각한 우려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13~20일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4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내달 ‘업황전망경기전망지수’는 60.6으로 전월보다 17.9포인트, 전년동월 대비 25.1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2014년 이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경기부진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와 수출 부진이 동시에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 체감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고 설명했다.
경제 근간인 중소제조업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4월 제조업 경기전망지수는 71.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3월(70.5) 이후로 최저다. 대표 제조업 분야를 보면, 섬유제품은 46.9로, 인쇄 및 기록매체복제업은 53.8로 평균보다 20포인트 가까이나 빠졌다.
업황, 생산, 내수판매, 수출, 영업이익, 자금사정, 원자재수급, 재고, 고용 등 기업 경영을 평가하는 지표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내수가 최악이다. 이번 조사에서 3월 중소기업 애로요인으로 10곳 중 7곳이 내수부진을 지목했다. 코로나19로 ‘수주 가뭄’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현실화됐다. 2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9.6%에 그치면서, 2008년 9월(69.5%)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13년부터 한 차례도 무너지지 않았던 가동률 70선마저 이번에 깨졌다.
이미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을 겪으며 ‘체력’이 약해진 중소기업이 코로나19로 2차 충격을 맞은 상황이 앞으로 기업에 대한 불안감을 높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작년 1,220개 전국 산업단지의 생산액은 991조4,7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1% 감소했다. 수출액도 3,547억9,000만달러로 12.5%나 하락했다. 작년 수출 실적은 9년 만에 최저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7~20일 40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관련 긴급 중소기업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64.1%가 경영상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3개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기업은 42.1%였다. 6개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는 답변은 70%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큰 피해를 받고 있다”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청했다.
/양종곤·이상훈 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