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가 집중된 대구·경북권의 올해 1·4분기(1~3월) 경기가 큰 폭으로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북권이 아닌 수도권·강원 등 전국 모든 지역에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가 악화됐다.
한국은행은 30일 15개 지역본부가 기업체와 관계기관을 상대로 최근 경제 동향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지역경제보고서에 담았다. 경기 동향을 생산 부문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생산은 전국 모든 권역이 전분기보다 부진했다.
특히 대구·경북권과 강원권이 수요 위축과 생산 차질로 생산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북권은 휴대전화, 철강, 자동차부품 분야가, 강원권은 의료기기, 시멘트, 유제품 분야를 중심으로 타격이 컸다. 철강은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부진하면서 생산이 급감했고 자동차부품업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생산 중단 영향으로 업황이 나빠졌다. 사상 초유로 개학이 4월초로 미뤄지면서 학교 급식용 유제품 생산도 크게 감소했다.
제조업에 이어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생산도 전국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대구지역 주요 백화점 2곳의 매출은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인 2월 중순에 비해 각각 65%, 70% 감소했다. 여행·관광업이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강원권과 제주권에서도 서비스업 매출이 급감했다. 수도권은 지난달 국제선 여객수가 전년동월대비 47% 감소하며 숙박·음식점업 부진이 현실화했다.
수요 부문별 경기 동향을 살펴보면 소비는 외출 자제와 소비심리 위축 여파로 자동차, 의류·화장품, 운동·레저용품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온라인을 통한 음식료품, 생필품 판매가 전 권역에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설비투자는 업황 악화로 대부분 권역에서 전분기와 마찬가지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호남권은 석유화학·정제 설비증설과 ‘광주형 일자리’ 관련 생산설비 구축으로 설비투자가 소폭 늘었다.
건설투자는 수도권과 호남권이 소폭 감소한 가운데 나머지 권역은 민간 부문 침체를 공공 부문의 토목공사가 상쇄하면서 이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사정 역시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과 동남권 기업의 경우 자금 사정 악화 정도가 소폭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나머지 권역은 악화 정도가 컸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제조업에선 석유화학과 자동차, 서비스업에선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업의 자금 사정이 특히 나빠졌다.
한은은 “앞으로 권역별 경기는 코로나19 국내 상황이 진정되는 조짐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최근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지속할 경우 경기 하방압력의 증폭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