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계, 최저임금 차등화·주휴시간 제외 '패키지 요구' 나설듯

■코로나19 최저임금 동결론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94%가 30인미만…영세업자 타격 커

노동계선 "비정규직 보호" 명분 맞대응…보이콧 가능성도

전문가들 "인상폭 최소화하되 제도개선은 국회에 맡겨야"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이 지난 3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최근 경총의 입법건의서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변재현기자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이 지난 3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최근 경총의 입법건의서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2021년 최저임금의 칼자루’는 전년에 이어 재계에서 쥐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2.87%로 결정되며 올해 초만 해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았다.

코로나19의 타격이 영세사업장에 집중되면서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동결은 물론이고 차등화·주휴시간 산식 제외 등 ‘패키지 제도 개혁’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예정이다. 코로나발 실업 위기로 노동계는 수세에 몰린 모습이지만 최저임금 속도 조절과 산입범위 확대로 근로자 수혜가 줄어든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의 생계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동결+차등화+주휴시간’ 패키지 요구할 듯=31일 한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지불 능력’”이라며 “코로나19로 경제에 타격이 가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동결’ 필요성의 주된 근거는 코로나19발 영세사업장 타격에 있다. 지난 30일 기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건수 2만3,969건 중 30인 미만 사업장은 2만2,578건으로 94.2%에 해당한다. 코로나19의 타격이 외식업·여행업 등 서비스업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2018~2019년 최저임금 29% 인상으로 주휴수당 부담까지 따라 늘었다고 토로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비상상황에 처해 있는 현재로서는 최저임금 동결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도 못 내고 있는데 동결되지 않으면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재계는 지난해에 이어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테이블에 꺼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업종별·규모별 차등화’다. 최임위 사용자위원들은 지난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서비스업과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며 차등화 논의를 요구한 바 있다. 올해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가장 먼저 ‘최저임금 동결론’을 꺼내 드는 등 중기·소상공인을 배려하기 위해 차등화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23일 최저임금 산정기간 수를 ‘소정근로시간’만으로 최저임금법에 명확히 규정해달라는 입장도 밝혔다. ‘일하지 않는 시간’인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식에서 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재계는 ‘최저임금 제도 개혁 패키지’를 요구하기로 한 셈이다. 최임위 사용자위원은 “주휴시간을 포함해 시급을 환산하면 최저임금이 높아진다”며 “현실과 안 맞아 당연히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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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가장 먼저 잘리는 비정규직 보호해야”...동결·차등화 요구 강력 반발=노동계 안팎에서도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018년(16.4%)과 2019년(10.9%)의 인상률은 물론이고 5% 인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또다시 ‘최저임금 제도 개혁’을 들고 나온 재계에 대해 불편함이 감지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규모별 차등화는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또 다른 차별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휴시간 산식 제외도 이미 주휴수당이 통상임금이나 다름없이 굳어진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공세가 심해진다면 올해 최저임금을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만으로 결정하는 ‘반쪽짜리’ 위원회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대 노총은 올해 최저임금이 2.87%로 결정되자 근로자위원을 총사퇴시킨 바 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기본급에서 복리후생비와 상여금까지 확대돼 ‘이미 너무 많이 내줬다’는 기류도 있다. 한국노총은 차기 근로자위원 선임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자신들 몫의 근로자위원의 경우 부위원장과 실장급의 섭외를 마쳤고 여성·청년 대표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근로자위원 내정자는 “재계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 동결은 말도 안 된다”며 “지난해 비혼단신근로자 생계비가 201만4,955원인데 올해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은 179만5,310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올해 제도개선 현실적으로 어렵다...인상률 최소화하고 국회에 맡겨야”=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고용위기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폭은 최소화하되 제도개선은 이듬해로 넘겨 불필요한 논란을 낳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곳은 ‘약한 고리’인 중소영세사업자로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상폭은 최소화되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제도변경까지 수반하기에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이는 다음 국회에 맡겨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최임위 공익위원 사이에서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예년과 비슷하겠지만 제도 개선이 얽히면 근로자위원들이 반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임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2.87%로 결정된 후 노동계가 사실상 벼르고 있다”며 “인상률의 문제에서 제도개선으로 넘어가면 논의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현·김민형기자 humbleness@sedaily.com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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