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말 폐지하기로 했던 전기차 보조금제도를 2년 연장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내 배치 이후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줬던 중국 정부가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도 빗장을 풀고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중국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리커창 총리 주재로 상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신에너지 차량(친환경차) 보조금 및 등록세 면제 종료 시점을 2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친환경차 보조금 폐지 시점은 올해 말에서 오는 2022년 말로 변경됐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 보호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6월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된 뒤 전기차 판매가 급감한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국 여객자동차협회(CPCA)는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77% 줄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기도 했다.
기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연장을 악재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업체들에 잠겨 있던 전기차 보조금의 빗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12월에는 테슬라 모델3 전기차(BEV)와 벤츠의 E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이 보조금 지급 목록에 포함됐다. 각각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차량이다. 지난달에도 LG화학과 삼성SDI(006400)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 보조금 추천 및 구매세 면제 목록에 등재됐다.
이에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받지 못했던 보조금을 일부라도 받게 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된다고 해도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업체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보조금 연장이 부정적인 뉴스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배터리 3사는 빠르게 글로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LG화학 배터리 사용량은 1.7GWh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점유율도 13.5%에서 29.6%로 급증해 2위로 올라섰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 순위도 2~3계단씩 뛰었다.
이는 중국 CATL의 점유율이 20.7%에서 9.4%로 쪼그라든 결과지만 보조금이 연장된다 해도 쉽게 순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배터리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산업이 정체되면서 과거처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급성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