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잠정 타결돼 발표를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6개월간 난항을 겪던 이번 협정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 이후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 쏠린다.
1일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미 SMA는 잠정 타결 상태로 사실상 양국 정상의 최종 승인 절차만 남았다. 협상 상황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협상이 막판 조율 중”이라며 최종 타결 시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발표 시간을 미국 현지시각까지 고려해 정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양국은 현재 한시적으로 1년간 적용됐던 SMA의 적용 기간을 ‘다년간 적용’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효기간은 5년이 유력한 상태다. 40억 달러(한화 약 4조9,000억원)에 육박했던 금액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지부진하던 SMA 협상이 반전을 맞은 것은 지난 24일 밤 양국 정상 간 전화통화가 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장비 지원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응했다. 한미 정상이 코로나19 협력을 통해 동맹관계를 재확인하면서 한국산 진단키트도 수출을 목전에 뒀다.
한미 SMA의 유효기간은 지난 1991년 1차 협정 이후 초기에는 2∼3년으로 유지됐다. 그러다 2009년 8차, 2014년 9차 협정에서는 5년으로 합의됐다. 그러다 지난해 10차 협정에서만 미국 측 제안에 따라 이례적으로 적용기간을 1년으로 뒀다.
지난해 9월 시작된 SMA 새 협상은 유례 없이 장기화됐다. 미국은 당초 올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6조원)가량을 제안한 뒤 한 차례 수정을 거쳐 40억 달러 안팎의 분담금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수준(1조389억원)에서 10% 안팎 인상으로 맞섰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 1월14~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6차 회담 이후 두 달 간은 회의조차 열리지 못했다. 3월17~19일 재개된 7번째 회의에서도 한국의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미국의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는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21일 새벽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정 대사는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견의) 범위를 줄여나가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지만 우리는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3월 안에는 더 이상 대면 협상을 하기 힘들 것이란 점도 암시했다. 그 과정에서 1일 부로 주한미군 한국 근로자 4,000명이 협상의 볼모로 잡혀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정부는 협상을 최대한 신속히 마감해 5월29일까지인 20대 국회 임기 내에 비준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협정 타결시 주한미군 한국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직도 곧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