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온라인 강의 이렇게는 안돼…'9월 학기제 도입' 요청 쏟아진다

3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텅 빈 교실에서 학용품 주머니를 정리하고 있다./이호재기자3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텅 빈 교실에서 학용품 주머니를 정리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게 된 가운데 이참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온라인 개학’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데다 ‘9월 학기제’의 이점도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1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신학기 개학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이달 9일에 온라인 개학하고, 다른 학년은 오는 16일과 20일에 순차적으로 온라인으로 개학해 원격수업을 시작한다. 유 장관은 “4월 말부터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인프라 미비 등의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온라인 수업 플랫폼 가운데 가장 준비가 잘 돼 있는 e학습터는 교원들의 학급방 개설이 폭증하자 전일 마비됐고, 앞서 EBS 온라인교실도 초기 가입자 폭증으로 일주일 이상 다운되는 등 두 차례 멈췄다.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부에서는 쌍방향 수업을 권장하는데 그게 가능했다면 학원이나 과외도 굳이 왔다 갔다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실은 소통하기도 쉽지 않고 장비 문제 등 별일이 다 생긴다. 초창기에는 엄청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온라인 수업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온라인 수업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맞벌이 부모들이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 이수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맞벌이 부모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맞벌이라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듣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수업 도중 끊김 현상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인데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참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나 개학 연기 등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현재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70% 이상의 국가에서 9월 학기제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호주, 일본뿐이다.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게 되면 외국 학교와의 국제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고, 유학생들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애매한 2월 봄방학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과거 1997년, 2007년, 2015년 정부에서 ‘9월 학기제’ 전환 여부를 검토한 적도 있지만 학사 일정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의 부담이 커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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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9월 학기제’를 도입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인은 “9월 개학을 진지하게 제안드린다”며 “그렇게 하면 세간에 떠도는 1년 유급이라든가, 고3문제라든가, 비대면평가 문제라든가, 방학 문제라든가, 기타 등등의 많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학생들 안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학습 또한 질적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이것은 한두 주 후 온라인으로 돌린다 해도 마찬가지”라며 “학생들의 집중력 하락, 교사들의 역량 차이 등으로 ‘온라인 개학’은 운에 맡기는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청원인도 “무리해서 개학을 하거나 1~2주 연기는 오히려 혼란과 논쟁만 가중될 것”이라며 “차라리 9월에 1학기 개학을 하고 학사일정은 그에 맞춰서 후속 작업으로 보완해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자체에서도 9월 학기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처럼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 만일 코로나19로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9월 학기제 도입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내고 “지금은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지 ‘9월 신학년제’를 논의하며 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라며 “새 학년 시점을 바꾸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이 일고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금 ‘9월 학기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3월 23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 나오는 9월 학기제 도입 주장에 대해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 시행’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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