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잠정 타결' 블러핑이었나... 방위비 협상 여전히 막판 진통

'이르면 1일 발표' 결국은 불발

트럼프 성향 감안 '신중론' 확산

"성과 홍보에 혼란만 야기" 지적

외교부 "고위급도 아직 합의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지난 1일 발표될 것이라던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양국이 막판까지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적인 성향을 감안하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섣부르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협정이 이미 ‘잠정 타결’돼 이르면 전날 발표할 것이라던 한국 정부 측 관측이 협상력과 국내 정치 상황을 의식한 일종의 ‘블러핑(과장된 속임수)’이 아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2일 정부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SMA 체결 문제를 두고 아직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만 하더라도 정부는 ‘한미 양국이 SMA를 최근 잠정 타결했으며 양국 정상의 승인을 받는 절차만 남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날 더 이상의 소식은 없었다. 이르면 1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미국 워싱턴 시간까지 2일로 넘어가며 결국 불발됐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협상의 조기 타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만 전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고위급에서도 계속 협의했는데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협상이 조기에 타결되도록 계속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양국은 한시적으로 1년간 적용됐던 SMA의 유효기간을 기존처럼 5년으로 되돌리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총액 부분도 한국 측이 주장하던 1조원의 ‘10%+α’에서 시작해 5년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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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막판 조율 과정이 길어지면서 방위비 협상을 직접 챙겨온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재가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금도 ‘공정한 합의’를 강조하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동맹들이 (방위비 부담 등에) 더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총액과 유효기간 부분에서도 이견을 완전히 좁히지 못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전날 한 정부 관계자는 “경험상 큰 방향만 정해져도 그때 타결됐다고 발표하고 구체적 문안은 추후 실무진이 정리한다”고 말했다. 협정 발표 시점을 결정짓는 것은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지 세부사항 조율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와 정부가 성과 홍보 욕심에 ‘잠정 타결’이라는 정보를 미리 흘려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한미군 한국 근로자 4,000여명이 1일부로 단체 무급휴직을 당하는 등 압박 상태에 빠지자 미국 현지에서도 나오지 않은 소식을 섣불리 알렸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전날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는 분석을 부정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내부에서는 협정 성과가 클 경우 관례와 달리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가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돌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협정 타결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갑자기 잠정 타결됐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무기 구매 등 이면 합의도 없이 우리 측 입장을 크게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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