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하레디

기원전 1312년 시나이산에 오른 모세는 하느님의 계시가 담긴 다섯 권의 두루마리 경전 ‘토라’를 받는다. 토라에 근간을 두고 엄격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을 극단적인 정통파 유대교도, 즉 ‘하레디(Haredi)’라 부른다. 하레디는 ‘두려움’ 혹은 ‘경외감’을 뜻하는 히브리어 ‘하레드(hared)’에서 유래했다. 남성들은 커다란 검은색 원통형 모자를 쓰고 19세기 동유럽풍의 흰 셔츠, 검정 바지와 저고리 차림을 한다. 최대 소명이 고대 유대교 경전과 율법 연구라고 여겨 일은 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텔레비전·인터넷·라디오·전화 사용이 금기시되며 중요한 소식은 동네 벽보를 통해 알린다. 군 복무를 의무화하는 이스라엘에서 하레디 남성들은 군대도 가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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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에는 홀로코스트로 말살된 유대인 문화와 학문을 재건하기 위해 수백명의 하레디 학생에게 병역 의무를 면제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2%에 달할 정도로 하레디 비중이 높아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빚어졌다. 결국 2017년 이스라엘 대법원이 위헌이라 판단했는데도 여전히 병역을 거부하자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집단예배를 강행한 데 따른 것이다. 독특한 집단생활 방식도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침실이 2개인 소규모 아파트에 10여명의 대가족을 꾸리며 신학교나 회당에서 집단생활을 한다. 하루 수차례 단체기도를 하는데 10명 이상 모이고 정부의 방역지침도 따르지 않아 감염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참다못한 이스라엘 정부가 하레디 거주 지역에 특공대를 파견했을 정도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의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하레디 집단생활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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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가 1만명에 육박한 국내에서도 주말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의 행태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금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인 만큼 이기심을 누르고 공동체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정민정 논설위원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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