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과 손해액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위험보험료 대비 발생손해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과거 보험금 지급률을 바탕으로 위험보험료를 책정하는데 최근 3년간 위험보험료가 연평균 16.2% 증가한 반면 발생손해액은 연평균 23%씩 늘었다. 발생손해액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계약자들의 보험금 청구가 늘었기 때문으로 의료이용량이 늘어난 동시에 계약자가 부담한 본인부담금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공사보험정책협의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을 인용해 지난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건보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실손보험이 누린 반사이익(지출 감소분)이 0.6%라고 발표했다. 전년도 발표한 반사이익 규모인 6.86%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지만 미미하게나마 반사이익은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실손보험 손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약해졌다.
공사보험협의체는 최근 두 차례의 반사이익 추계방법에서 한계를 발견한 만큼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후속연구를 통해 올해 반사이익을 재산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반사이익이나 풍선효과 논쟁보다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는 건강보험과 손해율 악화를 겪는 민간보험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제1 과제로 꼽히는 것이 보건당국의 통제 밖에 있는 비급여 관리 강화다. 복지부 역시 올해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최소화하고 비급여 표준코드 마련, 비급여 진료비 공개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급여 진료비의 적정성 심사 없이 표준화만 이뤄진다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미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표본조사를 진행해 가격을 공개하고 있지만 7,500원에서 107만원까지 벌어진 안구 계측비용처럼 수백배로 벌어진 각종 비급여 진료항목의 가격 편차는 조금도 줄지 않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금 심사 체계를 마련하고 정책협의기구를 신설하자는 법안이 제안됐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논의가 중단된 지 오래다.
올해 금융위는 업무보고를 통해 상반기 중 의료이용량에 비례하는 실손보험료 할인·할증제 도입과 자기부담률 확대, 비급여 및 급여의 별도 관리 등 실손보험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구조의 상품을 내놓는 데 그치지 말고 기존 상품의 구조개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7년 4월 손해율 악화의 주범인 도수치료·자기공명영상진단 등을 별도 특약으로 분류하고 자기부담률을 높인 신실손(일명 착한실손)을 출시했지만 구실손 및 표준화 실손에서 신실손으로 전환한 누적 계약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18만5,520건으로 전체 계약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금을 많이 받을수록 보험료를 더 내는 보험료차등제 상품이 연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전체 계약의 94.4%에 해당하는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까지 새로운 상품구조를 소급적용하는 금융위원회 명령권 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보유계약의 80%가 잔여 보험기간이 20년을 넘어서는데 총의료비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소 20년간 실손보험 손해율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며 “공사보험을 함께 살릴 방법은 반사이익 공방이 아니라 비급여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