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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공동주최 전시에 선관위가 가림막 친 이유

선관위,일민미술관 공동주최 '새일꾼...'展

옵티컬레이스 작품은 선거후 16일부터 재개

옵티컬레이스의 작품 ‘I was, I am, I will’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까지 가려졌다가 다음날부터 전시를 재개한다. /조상인기자옵티컬레이스의 작품 ‘I was, I am, I will’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까지 가려졌다가 다음날부터 전시를 재개한다. /조상인기자




옵티컬레이스의 작품 ‘I was, I am, I will’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까지 가려졌다가 다음날부터 전시를 재개한다. /조상인기자옵티컬레이스의 작품 ‘I was, I am, I will’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까지 가려졌다가 다음날부터 전시를 재개한다. /조상인기자


저 사람은 ‘어쩌다’ 혹은 ‘어떻게’ 정치인이 됐을까? 사회·민주화 운동을 하다 정치에 투신한 경우도 있고 법조인, 사업가, 노동자 출신 등 제각각이다. 디자이너 김형재와 시각화 연구자 박재현이 의기투합한 창작집단 옵티컬레이스는 정치인의 정치적 생애주기를 폭 10m의 그래픽 설치작품 ‘아이 워즈, 아이 앰, 아이 윌(I was, I am, I wll)’로 만들었다. 정치인들은 1920년대생부터 밀레니얼 세대까지 다양한데, 오랜 세월 정치활동을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혜성처럼 그래프 중간을 파고든 인물도 있다.

지난달 24일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공동주최로 개막한 기획전 ‘새일꾼 1948-2020:여러분의대표를뽑아국회로보내시오’(이하 ‘새일꾼’)에 선보인 이 작품에 가림막이 드리웠다. 개막 이틀 만의 일이다.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명시해 ‘공직선거법 제90조 시설물설치 등의 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작품은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 다음날 전시를 재개한다.

‘정치1번지’라 불리는 종로구의 역대 국회의원 당선자 포스터. /조상인기자‘정치1번지’라 불리는 종로구의 역대 국회의원 당선자 포스터. /조상인기자


‘새일꾼’전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고 축제이자 정치인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의 72년 선거 역사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고 다시 들여다보는 전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과거부터 미래를 조망하는 전시에서 옵티컬레이스의 작품 같은 웃지 못할 사례는 오히려 현재를 직시하게 하기에 가림막 신세여도 의미있다.

안규철 ‘69개의 약속’안규철 ‘69개의 약속’


최하늘의 ‘한국몽’ /사진제공=일민미술관최하늘의 ‘한국몽’ /사진제공=일민미술관


◇예술이 꿈꾸는 선거의 미래=투표용지 형태의 입장권부터 관람의 분위기를 돋운다. AR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선거유세단이 지역을 누비며 펼치는 미래 시대의 선거운동 영상은 김을지로의 작품 ‘널 플레이어(NULL Player)’다. QR코드를 찍어 휴대폰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선거 포스터가 있어야 할 자리를 팥죽색·쑥색·겨자색·하늘색 등의 ‘단색’ 캔버스 69개로 채운 작품은 작가 안규철의 ‘69개의 약속’다. 작가는 역대 대통령선거의 벽보에서 얼굴을 지우고 구호만 남겼고, 현란한 선거 벽보 속 색깔들의 평균값 색으로 포스터 전체를 칠했다. 후보들 간 색깔 차이는 미미하고 밍숭맹숭하며, 그들이 외친 구호 또한 되풀이되고 있음이 씁쓸하다. 안쪽 큰 공간을 둥그렇게 차지한 24개의 의자는 사진작가 천경우의 참여형 프로젝트 ‘청자(聽者)의 의자’다. 민주적 소통공간의 상징이 된 광화문광장과 맞닿은 미술관 밖에 ‘스피치박스’를 마련했고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채집했다. 의자에 앉기로 결심한 관객은 3분간 그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최하늘의 ‘한국몽’은 트랜스젠더·미혼모·게이·이주노동자·난민 등 우리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5개 집단을 설치조각으로 선보이며 남성 위주의 기존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낼 미래를 꿈꿨다. 권준호·김경철·김어진의 디자인그룹 ‘일상의 실천’은 역대 대선 출마후보 118명이 포스터에 쓴 단어들의 400개 목판을 내놓았다. 관객은 이를 조합해 가상 포스터를 찍어볼 수 있는데 아무리 조합해도 우스꽝스러운 표어가 되고 만다. 작품제목 ‘이상국가:유토피아’처럼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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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 10일 열린 우리나라 최초의 총선거 포스터. /사진제공=일민미술관1948년 5월 10일 열린 우리나라 최초의 총선거 포스터. /사진제공=일민미술관


관람객들이 선거와 관련한 예술작품 및 관련 사료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조상인기자관람객들이 선거와 관련한 예술작품 및 관련 사료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조상인기자


◇다시봐도 영화같은 선거사(史)=도산 안창호 선생은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라 했고, 1948년 5월 10일 대한민국의 첫 선거의 포스터는 ‘투표는 애국민의 의무, 기권은 국민의 수치’를 표어로 내걸었다. 투표용지를 손에 쥔 군중이 지금은 사라진 옛 중앙청을 향해 구름처럼 나아가는 그림 위로 ‘총선거로 독립문은 열린다’고 적어 중앙정부수립의 염원을 담았다. 이번 전시 출품 사료 중 가장 오래된 선거 포스터다. 초기 선거는 ‘누가 애국자인지’를 뽑는 분위기가 두드러졌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도 ‘애국’하는 일이었다.

전시에는 선관위가 소장한 선거사 아카이브 400여 점이 선보였다. 과거 선관위가 제작한 투표참여 독려의 포스터들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역사가 된 낯익은 얼굴을 찾는 것도 별미다. 전시는 부정선거의 역사도 사료를 통해 담담하게 보여주며 간간이 젊은 작가들의 ‘사사오입’에 관한 벽화, 웅변술에 관한 영상, 극장 같은 설치작품을 배치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5층 신문박물관에는 장기영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비롯해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정치1번지’로 통하는 종로구의 역대 국회의원 당선자 벽보 등을 선거관련 자료들이 전시됐다. 전시는 6월21일까지.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선관위의 투표독려 포스터 전시 전경.선관위의 투표독려 포스터 전시 전경.


전시 전경전시 전경


전시 전경전시 전경


일민미술관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매주 이슈를 정해 관객이 직접 투표하고 매 일요일 오후 4시에 개표하는 연계행사가 진행된다.일민미술관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매주 이슈를 정해 관객이 직접 투표하고 매 일요일 오후 4시에 개표하는 연계행사가 진행된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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