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남자친구에게 마취제를 투약해 숨지게 한 ‘부천 링거 사망 사건’을 벌인 전직 간호조무사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임해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한 전직 간호조무사 A(32·여)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살해한 내용임에도 피고인은 살인 혐의를 부인하며 적반하장식 주장을 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수사기관 조사 때 수시로 거짓말을 하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게 유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인정했으나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최후 진술에서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인이라는 무서운 오해를 받게 돼 또 한 번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저는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살인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 무섭다”며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준다면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겠다”고 말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족 측인 피해자의 누나는 “‘여자친구와 밥 먹고 오겠다’며 슬리퍼를 신고 편한 차림으로 나갔던 동생이 다음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며 “아직도 가족들은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또 “피고인은 6년간 동거하던 남자가 있으면서도 동생과 결혼하겠다며 인사를 왔다”며 “(범행 후) 불구속 상태에서 필라테스를 배우고 그의 가족들과 맛집을 다니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고 격분했다.
A씨는 2018년 10월 21일 오전 11시 30분경 경기도 부천시 한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남자친구 B(사망 당시 30세)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또 프로포폴 등을 처방전 없이 B씨에게 투약하고 2016년 8월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이 폐업하자 의약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씨는 마취제인 프로포폴, 리도카인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A씨도 검사 결과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치료농도 이하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에게는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위계승낙살인죄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뒤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살해한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A씨와 B씨가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살인죄를 적용했다.